삼성SDI, 배터리 사업 사활…국내외 증설에 설비 투자 확대 기조로
2024-01-03 08:24
삼성SDI가 수익성 위주의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국내외 설비 투자를 늘리며 양적 성장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의 중저가형 배터리 탑재가 늘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배터리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구축되는 등 급변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울산 및 천안사업장 증설에 돌입했다. 각 사업장에 대한 건축물 착공 및 시설 증설 신고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는 울산공장의 규모를 현재 66만㎡에서 123만㎡로 2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현재 이곳에서 협력사 에스티엠과 함께 양극재 소재 공장을 만들며 자체 소재 수급을 늘릴 전망이다. 또 이곳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까지 검토하며 중저가형 전기차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천안사업장에서는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를 위한 극판 마더라인을 만들고 있다. 마더라인이란 차세대 설계 및 공정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시험 생산과 양산성 검증을 모두 할 수 있는 라인을 의미한다.
그간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중 설비 투자에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고부가 가치 상품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지만, 설비 투자에 소홀한 탓에 경쟁사에 비해 미국 투자와 LFP 시장 진출이 늦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에는 해외 사업장 투자를 늘리며 양적 성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미국 공장을 조기 가동하는데 이어 헝가리 공장의 생산 능력도 높이기로 하면서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를 통해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연산 33기가와트시(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스타플러스에너지는 당초 2025년 1분기 가동에서 2024년 내 가동으로 목표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최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에서 확실한 우위를 다지겠다는 목표다. IRA 내 '해외우려기관(FEOC)' 지침 등이 발표되며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조기 가동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새 계획대로라면 삼성SDI는 첫 미국 공장 가동으로 IRA 내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게 돼 수익성 개선 효과도 얻게 된다. 이미 미국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지난해 3분기까지 각각 4267억원, 3269억원의 AMPC를 받았다.
또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헝가리 공장을 증설하며 신규 수주를 노리고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회사의 보수적인 증설 전략의 원인이었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내에서 시설투자(CAPEX) 집행' 원칙이 깨질 것"이라며 "내년 BMW·현대차 등 신규 수주도 기대돼 증설에 대한 갈증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