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새 회장 본격 레이스..."국민연금·정치권 영향 크지 않을 것"

2024-01-02 05:00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후보들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서치펌이 후보들과 접촉하며 롱리스트 윤곽을 드러내면서다.
 
정치권과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CEO후보추천위원회 활동에 대해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KT와 달리 정치권과 국민연금이 회장 선임 절차를 뒤집을 만한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오는 8일 회장 공모 종료···황은연·장인화·조청명 등 서치펌과 접촉
 
1일 포스코그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CEO후보추천위는 오는 8일까지 회장 후보 공모를 마치고 롱리스트 구성에 돌입한다.
 
회장 후보는 추천위가 선정한 10개 서치펌이 추천을 하게 되며, 1개 서치펌마다 3명을 추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모가 종료되면 최대 30명까지 내·외부 인사가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르면 다음 주 중에는 롱리스트가 구성되며, 2월 중순까지는 5명 안팎 쇼트리스트가 정해질 예정이다.
 
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사장 등이 다수의 서치폼과 접촉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황 전 사장은 회사 내에서도 잘 알려진 ‘철강맨’으로 1987년 포항종합제철 시절에 입사해 2018년 퇴사할 때까지 31년간 근무했다.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현장 직원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국내 제강사와 포스코 고객사에서도 신임을 받고 있는 것이 경쟁력이다. 
 
장 전 사장은 2018년 포스코그룹 회장 선출 당시 최종 5명(쇼트리스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포스코철강 부문장,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신사업실장 등을 거쳤으며 철강 관련 신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장 사장이 포스코에서 퇴임한 이후 그룹 내에서는 두 차례 대규모 인사를 통해 장 사장 측근들도 대규모로 물갈이되면서 현재는 내부 지지 세력이 다소 약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 전 사장은 올해 64세로, 69세인 장 전 사장과 비교해 젊은 편이다. 조 전 사장은 포스코그룹 내에서 함께 근무해 왔던 동료들이 현직으로도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것을 경쟁력으로 꼽는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유력한 외부 후보로 거론되지만 그룹 주력 사업인 철강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후보들보다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정우 현 포스코그룹 회장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황 전 사장, 장 전 사장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회장 후보 공모마감일을 일주일 남긴 상황에서도 거취에 대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침묵’으로 연임 의사를 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최 회장 상황은 2018년 회장 선임, 2021년 연임 때와 비교해 좋다고 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서 전부 제외되며 정치권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으며, 2021년 연임 때와 달리 현직 회장을 우선 심사하는 우대 규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 공개 비판에도 최정우 묵묵한 행보···"정치권 영향 크지 않을 것"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사실상 최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상태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회장 선임 절차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이 같은 김 이사장 발언은 현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 만들어진 차기 회장 선출 방법과 절차 전반에 대한 비토 성격으로 해석된다. 이미 서치펌 측에서 연락을 받기 시작한 후보들 사이에서는 추천위의 불공정성과 함께 추천위를 보조하는 회장선임자문단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자문단 명단은 후보들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포스코그룹 측 방침인데 최 회장에게 우호적인 인물들로 자문단을 구성한다면 연임을 막기 힘들다고 일부 후보들은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도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포스코는 일반적인 기업이라고 보기 힘든 국민기업이다.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 방식은 지나치게 최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KT 사례와 같이 회장 선출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분구조 자체는 포스코그룹과 KT 모두 국민연금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으며, 소액주주가 70%를 넘기는 비슷한 구조다. 하지만 사업 형태가 크게 달라 포스코그룹이 정치권 영향력에서는 다소 자유롭다고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설명한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수준이 비슷한 경쟁자가 있으며 정부 허가가 크게 작용하는 통신업과 달리 정치권이 포스코를 직접적으로 제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국내 조강 생산 중 70% 수준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또 실질적인 국내 철강제품 가격 결정권자로 포스코에 대한 제재는 즉시 국내 산업계 전반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 국민연금이 가진 포스코그룹 지분도 6.71%에 불과해 회장 선임 등에 의견은 낼 수 있지만 판을 뒤집을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