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LLM 공개 내년 미루는 카카오…전문 영역 특화 AI 방향성은 지속

2023-12-27 16:50
카카오 자체 언어모델 '코GPT 2.0', 당초 올해 공개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무소식'
올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클라우드 사업 재편 등으로 인해 일정 미뤄진듯
카카오 "AI 연구개발 지속 중"…이달 초 의료용 AI 서비스 '카라-CXR' 베타테스트

경기 성남에 있는 카카오 판교아지트의 모습. [사진=카카오]
당초 올해로 예정됐던 카카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코GPT 2.0(가칭)'의 공개가 내년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 시장 판도 속 카카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일단 카카오톡 등 다양한 서비스에 순차적으로 AI를 도입하고, 전문 영역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방향성은 지속하고 있다는 방침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아직 코GPT 2.0의 공개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GPT 2.0은 기존 언어모델을 고도화한 파운데이션 모델로 카카오는 당초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올해 상반기 외부 공개를 목표로 한다고 밝혀 왔다. 그러다가 하반기로 한 차례 미뤄지더니, 2023년 마지막 주인 현재까지도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비용 합리적인 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매개변수(파라미터) 60억, 130억, 250억, 650억개까지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테스트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모델과 연동해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각종 버티컬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최근 카카오톡에 AI 요약하기, 말투 바꾸기 등의 기능을 도입하며 AI와 서비스 간 접목에도 나섰다.

그러나 정작 언어모델 공개가 미뤄지면서 시장에서는 카카오의 AI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전반적인 일정이 늦어지는 이유로는 여러 요인들이 거론되지만, 올해 하반기 내내 이뤄졌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 재편과 그로 인한 카카오 공동체 내부의 AI 연구개발 조직 교통정리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그간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나란히 AI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적자폭 확대로 인해 클라우드 중심 사업 재편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AI 관련 인력이 카카오브레인 등 다른 회사로 옮기는 변화가 일어나면서 전체적인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간 AI 연구개발 주도권 경쟁이 그간 치열했던 것으로 안다"며 "카카오브레인이 주도권을 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이 최근 웹 데모를 시작한 '카라-CXR' 홈페이지의 모습. [사진=카라-CXR 홈페이지 갈무리]
다만 카카오는 AI 연구개발은 지속되고 있으며 결과물도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이달 초 카카오브레인의 자체 멀티모달 AI를 토대로 만들어진 흉부 엑스레이 진단 모델인 '카라-CXR'이 베타테스트 성격의 '웹 데모'를 개시했다. 카라-CXR은 AI를 통해 흉부 엑스레이를 판독해 의심 질환을 찾아주고 판독문 초안을 생성해 의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서비스다. 카카오브레인은 앞서 이 같은 'AI 캐드(CAD)'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공개석상 등에서 언급한 바 있다.

카카오는 의료·법률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방향으로 생성 AI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꾸준히 드러냈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지난 5월 뤼튼테크놀로지스가 개최한 '제너러티브 AI 아시아' 콘퍼런스에서 "카카오브레인의 장기적 방향성은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영역에서 AI가 지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대표적인 분야로 꼽은 분야가 의료다.

카카오로서는 내년이 AI 기술력을 검증받을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내년 3월 카카오 대표로 취임하는 정신아 내정자는 취임 일성으로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그 사례로 AI를 꼽았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도 최근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임직원들에게 AI 관련 다양한 아이디어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AI 기술 이니셔티브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상용화하느냐가 중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