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 만기 줄줄이 도래' 태영건설...워크아웃설 재점화에 건설업계 위기 확산

2023-12-27 17:04
대형건설사 위기, 수백개 중소형 건설사에 연쇄 작용
"사업성 없는 곳은 파산 등 선별 사업 진행해야…기존 사업은 대출연장 지원"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 [사진=태영건설]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고려할 만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태영건설 규모의 건설사가 PF 대출 위기에 휘청이게 되면 연관된 지방이나 중소 건설사의 연이은 붕괴나 금융사 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7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설과 관련한 공시에서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워크아웃설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당시 태영건설이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워크아웃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던 것과 대비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계속 확산하는 것은 PF 대출 만기가 줄줄이 다가오는 가운데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9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조4100억원이며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에 이른다. 

태영건설은 당장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 PF 대출 만기 등을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1월 초에도 대출 만기를 줄줄이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포천파워 등 매각 비용과 태영인더스트리 등 물류부문 매각 비용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당장 필요한 자금에 대해서는 마련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건설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태영건설 외에도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있다고 거론되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태영건설 외에도 규모가 더 큰 여러 대형건설사들 또한 자금 위기를 겪고 있다"며 "결국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으로 공사가 들어간 곳은 (정부의) PF연장 등을 통해 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초기 구역들은 미리 선별해 NPL(부실채권) 등 처리를 해 파산시켜 빠르게 정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구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9년 금융위기를 버텨온 100대 건설사들도 2011년부터 문제가 연쇄적으로 터졌다"며 "태영건설과 같은 대형 건설사가 무너진다면 하도급 계약을 맺은 수백개 이상의 중소 건설사들 또한 줄줄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많은 PF대책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 정부는 정책보다는 금융사와 건설사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위기 관리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권의 PF대출잔액은 계속 증가 중이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금융권 PF대출 총 잔액은 9월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 합계가 134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2000억원, 2022년 말(130조3000억원)보다는 4조원 증가했다. 연체율은 2.42%로 지난해 말(1.19%)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