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구속 후 첫 검찰 조사서 묵비권…"앞으로 출석 안할 것"

2023-12-26 17:19
"법정에서 진술…정치 보복 수사 맞서 싸우겠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 혐의로 구속된 후 첫 조사를 받았다. 다만 송 전 대표는 이날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고, 앞으로는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26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송 전 대표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변호인을 통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피의자를 구속해 놓고 수차례 검찰 소환은 괴롭히기 수사이자 권한 남용"이라는 내용의 자필 입장문을 공개했다. 

그는 "검찰에 출두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앞으로 기소될 때까지 더 이상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이달 초 검찰 조사 때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일부 정치화된 검찰이 검사의 객관 의무를 저버리고 피의자의 억울한 점을 들어줄 자세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관련 의혹을 지적하며 "증거가 차고 넘치는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범죄 혐의에 대해 소환 조사는커녕 서면 조사도 못하고 있는 비겁한 검찰이 2년 전 전당대회 사건을 가지고 이렇게 100번이 넘는 압수수색과 별건 수사를 하는 것은 현저히 공평을 잃은 처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송 전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 후 20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그를 소환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소환 조사 통보에도 불응했으나 오후에 출석했다. 

다만 송 전 대표는 입장문에서 "저는 법정에서 진술할 것"이라며 "기소될 때까지 더 이상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권의 사유화된 검찰의 정치 보복 수사에 맞서 흔들리지 않고 싸워나가겠다"고도 덧붙였다

변호인은 이날 조사에 대해 "송 전 대표의 입장문과 같은 취지"라고 언급했다. 송 전 대표가 그간 조사에 불응한 이유에 대해서는 "건강 문제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연이은 소환 조사 거부에 강제 구인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구속기한인 27일에 맞춰 구속을 연장하는 절차도 준비 중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피의자 구속 시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검찰이 구속기한 전에 기간 연장을 신청하고, 법원이 받아들이면 다음 달 6일까지 구속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돈봉투 살포 사건' 관련 현역 의원에게 총 6000만원, 지역본부장들에게 650만원을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 자금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중 4000만원에 대해서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이 운영하던 폐기물 소각장 관련 인허가 문제 청탁과 함께 받은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법원은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면서 송 전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