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사태 후폭풍] 움츠러드는 금투 영업에···은행 비이자이익 더 쪼그라든다

2023-12-27 05:05
5대 은행 비이자이익 비중, 평균 10%도 채 안돼
비이자이익, 수수료 수익 대부분···전망도 불투명
은행 내 ELS 담당 투자상품 그룹도 손질 불가피

[사진= 연합뉴스]
내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손실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은행권 비이자이익이 더욱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투자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은 은행권 비이자이익 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당장 ELS 판매 손실로 수천억원대 투자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불완전판매 논란에 따라 다른 금융투자상품 판매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은행 내 ELS 관련 투자상품 조직 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2조7748억원으로 이들 은행의 총이익(33조7114억원) 대비 8.2%에 불과했다. 하나은행(10.8%)만이 유일하게 비이자이익 비중 10%를 넘겼다.

올해 연일 이자 장사 압박을 받아온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고민하고 있는데,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은 수수료 수익에서 발생한다. 미국 은행들의 경우 30%에 가까운 비이자이익을 보이는데, 송금·인출 등 은행 고유 업무와 관련한 수수료 수익 비중이 절대적이다. 반대로 한국에선 은행 영업 채널이 비대면(온라인·모바일)으로 변화했고, 금융편의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은행 고유 업무 수수료는 대부분 무료로 전환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은행 비이자이익은 대부분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홍콩ELS 사태 영향으로 내년 은행들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권 내 홍콩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행위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으며, 특히 원금손실에 따른 배상액의 경우 은행별로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불완전판매 논란은 ELS뿐만 아니라 은행 취급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원금손실에 따른 책임이 개별 금융소비자에게 있음을 고지하더라도, 은행 역시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은행들의 금융투자상품 취급을 더욱 고민하게 만든다. 실제 4년 전 파생결합증권(DLF) 판매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 손실을 겪었던 우리은행은 이번 홍콩H지수 ELS 판매를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파생상품 총량 규제 카드까지 고려하고 있다. 지난 DLF 사태 이후 2019년 11월 말 기준으로 판매 잔액만큼만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파생상품 관련 대규모 손실 이슈가 나올 때마다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지고, 올해 내부통제를 강화해 온 당국 기조를 고려할 때 향후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이자 장사에 매몰돼 있는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더욱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

연말 조직 개편에서도 ELS 판매 담당 투자상품 그룹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들은 이번 ELS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래 주요 먹거리로 꼽히는 자산관리(WM) 부문을 계속 확대하겠다면서도 불완전판매 논란을 보완해 조직을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투자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은행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도 원금 배상을 해야 한다면 공격적으로 금융투자상품을 취급할 이유가 없다"면서 "고금리 장기화 등의 경제·금융 환경 등을 고려할 땐 내년에도 투자 환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