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사태 후폭풍] 은행권 '조 단위' 배상 직면…당기순이익 악화 불가피

2023-12-27 05:00
DLF 배상안 기준으로…은행별 수천억 부담 가능성

[사진=아주경제DB]

홍콩H지수와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은행권 손실액이 최대 1조원 초반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은행별로 최대 수천억원의 배상액이 예상된다.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H지수는 지난 22일 전일 대비 130.92 하락한 5488.99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중 최저치로, 2021년 1월 당시 1만2000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할 당시(2021년) 지수는 1만1000선이었지만 현재는 50%가량 하락해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며 "원금이 회복되는 녹아웃 구간인 8800선까지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예상 손실액을 최대 2조원 후반으로 책정하고 H지수가 현 추세를 지속할 경우 파생결합증권(DLF) 배상안을 기준으로 한 은행권 자율배상액은 1조원 초반 수준이란 추정이 나온다.

2019년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DLF는 불완전판매(적합성원칙 및 설명의무위반) 30%에 내부통제 부실책임(20%)과 초고위험상품 특성(5%)을 정해 55%를 기본 배상비율로 정했다. 여기에 투자자별로 가감조정해 최소 40%, 최대 80%까지 배상비율이 책정됐다. ELS의 경우 가입자의 90%가 재투자자인 만큼 투자자 자기책임사유에 따라 배상비율의 5~10%포인트가 차감될 것으로 보인다.

H지수 ELS는 대중적으로 오랜 기간 판매된 상품이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은행별 판매액에 따라 배상액이 최고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월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으로, 이 중 16조2000억원이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은행별 판매 잔액은 △국민은행 7조8458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농협은행 2조1310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순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진행한 12개 판매사에 대한 실태조사와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 사례, 향후 금융회사 검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되는 사안 등을 감안해 배상기준을 만들 방침이다.

내년 영업 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은행 입장에서는 ELS 배상액이 당기순이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생금융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의 분담금 규모가 3000억원대로 예상되는데 배상금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내년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이 외형은 커져도 수익성 부문에선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민생지원금에 ELS 배상액까지 부담하면 일부 은행의 경우 8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