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 "데이터 보호 넘어 정책기관 역할할 것"

2023-12-27 05:00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모습[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현재 명칭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보호'를 뺀 개인정보위원회로 바꾸는 게 사실상 업무와 더 부합한다고 본다. 우리 위원회는 기업·기관을 상대로 조사·처분하는 것뿐 아니라, 데이터에 관한 국가적인 정책 방향을 새로 제시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정보위원회로 위원회 이름을 수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위 역할이 데이터의 처리·활용·폐기 등 전 단계에 걸쳐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AI)·자율주행·마이데이터 등 신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데이터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큰 틀에서 정부 기조에 맞춰 전문성을 잘 발휘하겠다"면서 "내년에는 올해 벌여놓은 AI·마이데이터 등 분야 업무를 이어서 하고, 신기술 출시로 발생할 상황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최근 국회 등에서 개인정보위가 부과하는 과징금이 적다는 지적에는 "올해 9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법 위반 기업·기관에 부과되는 과징금 상한액이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 이어 "개정법으로 온·오프라인 사업자 구분을 완전히 없앴다"면서 "과거엔 오프라인 사업자면 과징금 처분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SKT)이 출시한 AI 서비스 에이닷의 통화 녹음·요약 같은 서비스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도 했다. 고 위원장은 "공식적인 조사 단계는 아니나, 현재 사실관계를 알아보는 단계고 업체가 보낸 자료를 분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SKT는 관련 서비스 방식과 데이터 처리 등 방식을 문의한 개인정보위에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특정 업체에 쏠리는 관심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고 위원장은 "원래 이번 가을에 주요 AI 서비스를 묶어서 실태점검하는 걸 계획하고 있었다"며 "이 시기 에이닷 서비스가 관심 사안이 돼서 같이 (조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 서비스 전체를 들여다보는 데 에이닷이 포함된 걸로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위의 연구·수행을 전문적으로 실시할 산하기관 설립을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현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개인정보위 업무를 지원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부처의 업무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 KISA의 개인정보위 예산은 전체 15~20%에 불과해 업무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