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받아주세요!" 어린 딸들 아빠의 마지막 외침…30대 남성, 자녀 지키고 숨져
2023-12-26 10:26
서울 방학동 아파트서 불 나 30대 2명·70대 1명 등 사망
현장 경비원 "아빠가 떨어지고 아빠 품에서 아기가 '툭'"
현장 경비원 "아빠가 떨어지고 아빠 품에서 아기가 '툭'"
성탄절인 25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아이 아빠가 뛰어내리기 전 자신의 딸들을 받아달라며 절규한 것이 마지막 외침으로 남았다.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7분께 도봉구 방학동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생후 7개월 딸을 안고 4층에서 뛰어내린 아빠가 숨지는 등 참극이 빚어졌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해당 아파트 3층 바로 위인 4층에서 박모씨(33)는 아내 정모씨(34)와 2살 난 첫째 딸을 먼저 대피시켰다.
정 씨는 첫째 딸을 경비원이 아파트 1층에 놓아둔 재활용 포대에 던지고 뒤따라 뛰어내렸고, 박씨도 생후 7개월 된 막내딸을 안고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박씨 부부가 “아이 받아주세요!”라고 반복해서 외쳤고, 정씨가 첫째 딸을 던지려 하자 경비원이 1층에서 예상 지점에 맞춰 분리수거에 사용하는 포대를 옮겼다.
현장을 지킨 경비원은 국민일보를 통해 “아빠(박씨) 품에서 툭 떨어진 아이가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나를 쳐다봤고, ‘얘는 살았다’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 부부 딸들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한편 이 아파트 또 다른 사망자인 임모씨(38)는 10층에서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잠을 자다 불이 난 것을 알고 119에 최초 신고한 뒤 가족들을 대피시켰다.
가장 마지막으로 집에서 탈출해 옥상으로 향하던 임씨는 결국 1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임씨가 연기를 흡입해 질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밖에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70대 주민 1명을 포함해 30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이 아파트 15층에 사는 이모씨는 “엘리베이터에서 4층 부부를 본 적 있는데 인상이 참 좋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2층 거주자 김모씨는 “오전 4시 48분쯤 '펑'하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쓰레기차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곧 집 안에 연기가 가득 차 불이 난 것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아파트 3층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중이다. 현재까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26일부터 합동 현장 감식 등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