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당기준일 26일…배당락일 27일 매도폭탄 쏟아지나

2023-12-26 05:00
1년 내내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배당기준일에만 보유하면 똑같이 배당
증권업종, 배당기준일 변경에 배당락 영향 적다는 분석도
12월 결산 상장사 가운데 78% 배당기준일이 12월26일

[자료=한국거래소]

12월에 결산하는 국내 상장사 일부는 배당 기준일 결정 방식을 국제 표준에 맞게 개선했지만 상장사 열에 일곱은 여전히 기존 방식으로 올해 배당 기준일을 유지했다. 대다수 종목 배당 기준일은 12월 26일이다. 이때까지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배당을 받을 수 있고 바로 다음 날인 27일이 배당락일이다. 27일을 기점으로 배당을 챙긴 주주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낼 수 있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배당락일에는 증시가 약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2021년 12월 29일(배당락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89%, 0.06%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해 배당락일이었던 12월 28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일 대비 각각 -2.24%, -1.68% 수익률을 기록했다.
 
배당락일은 배당권리가 없어지는 날이기 때문에 통상 투자자들은 전날까지 배당주를 대거 사들인 뒤 배당락일을 맞아 매물을 출회하고는 한다. 현행법상 주식을 1년 내내 가지고 있지 않아도, 배당기준일에만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1년 내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과 똑같이 배당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배당을 받기 위해 배당기준일 직전에 주식을 뒤늦게 비싼 가격으로 매수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인해 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당 기준일인 26일 이후에는 배당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출회될 수 있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주에 투자할 때 증권가에서 회사 실적 전망(가이던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기업 당기순이익 하락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배당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며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지만 기대한 배당금이 제대로 지급될 종목들을 선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사들이 배당기준일 변경에 나서면서 고배당으로 알려진 증권업종의 올 연말 배당락 강도는 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당기준일을 변경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해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부국증권, DB금융투자 등이다.

이들 증권사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회 결의로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 이사회가 2월에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2∼4월께 주식을 보유해야만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1월 배당금 확정을 인지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배당 절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12월 결산 상장사 2267곳 중 28.1%(636곳)가 배당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71.9%(1631곳)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12월 26일이 배당기준일이지만 증권사들을 비롯해 배당 기준일을 변경하는 기업들도 있어 투자자들은 기업 공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간 투자자들은 배당을 얼마나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배당주에 투자해야 했다. '깜깜이 배당'이라고 하는데, 현행 배당 제도는 국내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세계 최대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을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른 배당 제도를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