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 홍해 운항 재개 준비…세계 물류 우려 해소되나
2023-12-25 16:21
세계 제2의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가 홍해 항로 운항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에 글로벌 물류 대란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2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홍해 및 아덴만 항로 운항 재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홍해 지역에서 민간 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 안보 구상 '번영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이 개시된 데 따른 것이다.
머스크는 "'번영의 수호자 작전'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선박들이 동향과 서향 항로 모두 홍해를 통과하는 것을 허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정상 운항이 가능해지는 대로" 조속히 홍해 운항을 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은 지난 18일,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으로부터 상선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의 개시를 알렸다. 참가국은 미국,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 10개국이다. 이들 국가 중 일부는 홍해 남부와 아덴만에서 합동 순찰을, 나머지는 정보 지원을 제공한다.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하마스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 지역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해왔다. 이후 이달 중순부터는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는 선박들에게까지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수에즈 운하는 글로벌 물동량의 15%,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통과하는 요지이다. 따라서 이곳의 운행이 막힐 경우 전 세계, 특히 아시아-유럽 간 화물 운송이 차질을 빚는 것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는 지난주 성명을 내고 홍해 지역 불안으로 인해 배송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021년 에버기븐호 좌초로 수에즈 운하가 약 6일간 통행 정지됐을 당시 일간 최대 10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물동량이 멈춰섰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희망봉 항로 이용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면 아시아-유럽 항로의 실제 운송 능력은 25%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수에즈 운하 이용 중단은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낳았다. 해운 운임 상승과 함께 원유 공급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지난주 중국 운송 대행업체들이 해운기업들로부터 받은 시장 운임 보고서에 따르면 내달 초 유럽·지중해 노선 운임은 이달 말에 비해 2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공급망 불안, 인플레이션 상승, 성장 둔화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홍해 상황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머스크를 비롯해 다른 해운 기업들도 홍해 항로 운항을 정상적으로 재개한다면 글로벌 물류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 수 있다. 반대로 '번영의 수호자 작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민간 상선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또다시 홍해 및 수에즈 운하 항로는 중단될 수 있다. 머스크 역시 이후 상황에 따라 대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홍해 긴장이 글로벌 물류 및 인플레이션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국들 역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랍 유력 매체 알자지라는 '번영의 수호자 작전'에 대해 "그것은 참가국들의 수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홍해 남부 지역에서 상선들을 호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며칠 동안 지역 내 주요국들까지 포함하는 또 다른 전선이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높아져 왔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