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반하는 배신"...野, 커지는 '이낙연 신당 반대론'

2023-12-20 01:00
계파 불문 초선의원까지 맹비난...자중지란 초래 우려
李, 부정적 분위기 의식 "창당은 과장된 해석" 한 발 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창당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계파를 불문하고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당내 부정적인 분위기를 의식한 듯 "신당 창당 공식화는 과도한 해석"이라며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신당 창당이 조금 늦춰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5선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 167명 모든 의원들이 (이 전 대표) 신당에 다 반대한다"며 "당대표까지 하신 분이 신당을 만든다고 하는 건 시대정신에 반하는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당을 깨고 나가는 것은 몰염치한 행동"이라고 직격했다. 

비명(비이재명)계인 전해철 의원도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더 강하게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신 상징적인 분으로 신당 창당을 선언한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당내 분열은 물론 당 밖에서 당을 지지하는 분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초선 의원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선인 강득구·강준현·이소영 의원이 주도하는 '이 전 대표 신당 추진 중단 호소문' 서명 운동은 지난 14일부터 시작해 전날까지 의원 117명이 호소문에 연명했다. 호소문에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정을 막기 위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에서 함께 해 달라"고 적혀 있다. 

계파를 불문하고 민주당 내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칫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 분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심판'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도 부족한 상황에서 신당 창당은 같은 편끼리 싸우는 '자중지란(自中之亂)'만 초래한다는 우려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메시지 '톤 다운'에 나섰다. 그는 전날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신당 창당 공식화는 과장된 해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획기적으로 혁신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되면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방침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본지와 통화하면서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급발진했다가 제동이 걸린 셈"이라면서 "따라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의원은 "이 전 대표는 이 대표를 대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조건부로 만난다고 하는데, 이것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당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늦춰진 것일 뿐 완전히 무산되진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원로들이 이 전 대표에게 신당 창당을) 세게 만류하고 있다"면서도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은 여전하니 잠시 늦춰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악화되거나 총선 공천 등에서 당내 갈등이 고조되면 '이낙연 신당'이 다시 힘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