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일본은행, '피벗' 내년에나…엔화 가치 장중 하락

2023-12-19 14:11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 결정서 비둘기 유지
엔화 장중 1엔 급락
내년 1월 또는 4월 매파 전환 기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이 19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단기금리는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상한선을 1% 수준으로 제한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공표문을 통해 “국내 기업 수익 및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며 “설비투자는 완만한 증가세다”라고 평했다. 이어 고용 및 소득 환경도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고물가의 영향이 있으나 개인 소비도 서서히 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해외 경제 및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동향을 비롯해 임금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극히 높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의 전제 조건인 임금-물가 선순환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비둘기(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엔화 가치는 단 몇 분 안에 1엔 가량 급락했다. 통화 정책 발표 전 달러당 142.64엔이던 엔화 가치는 정책 발표 후 143.78엔까지 하락했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대한 기대에 엔화를 사들이던 투자자들이 엔화를 되판 영향이다. 지난 한 달 간 미-일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에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약 8%나 상승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열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내년에 3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 확산했다. 시장은 이번 회동에서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거나 공표문을 통해서 매파 전환을 예고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모두 들어맞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내년 상반기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0%는 일본은행이 내년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중 절반은 4월을 통화정책 변화의 유력 시점으로 꼽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그간 물가-임금 선순환을 강조한 만큼, 내년 봄 노사 임금 협상의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3월에 임금 인상을 확인한 후 4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는 1월 금리 인상을 점친다. 미국의 3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는 시점에 일본은행이 홀로 금리를 올렸다가는 엔화 가치가 급등해 일본 대형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입는다. 이렇게 되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한 일본은행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점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임금 인상 속도가 물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일본 소비자 지출은 쪼그라들었다. 미-일 금리 격차 확대로 엔화 가치는 지난 2년 동안 24%나 하락해 물가 상승을 촉발했고, 기시다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일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 이후 올해 10월까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