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혁신에 자극받았나...野서 부는 '86세대 퇴진론'

2023-12-17 18:19
기존 공천 시스템 인적 쇄신 한계...대대적 개편안 들고 나올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민의힘에서 시작된 쇄신 돌풍이 여야 간 인적 '쇄신 경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쇄신 폭을 놓고 민주당 지도부의 고심도 한층 커지고 있다. 이른바 기존 '시스템 공천'하에서는 인적 쇄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역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 중 누가 더 '감동적인 쇄신'을 하느냐에 유권자 표심이 움직여왔던 만큼 중진과 소위 '86세대' 의원들에 대한 상당한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 달 중순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민주당 당내에서 인적 쇄신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여권에서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김기현 전 대표도 대표직을 내려놓는 등 쇄신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일단 민주당은 여권 측 쇄신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혁신이 아니라 정당 민주주의의 후퇴이자 반개혁"이라고 평했다. 두 사람이 결단을 내린 배후에 용산 대통령실이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 달 중순 공관위를 출범시키고 기존 '시스템 공천'을 통해 당내 쇄신에 나선다는 것이 공식적인 방침이다. 
 
다만 3선 중진 이학영 의원은 "현재 시스템상으로는 사람을 무리하게 밀어내고 걸러내고 하기는 쉽지 않다"며 "지도부 차원에서 시스템 공천으로 인한 개편보다 큰 쇄신을 놓고 고민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시스템 공천에만 안주하면 안 되겠다는 의견이 있다"며 "지도부가 쇄신과 관련해 소통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민주당이 시스템 공천 이상으로 대대적인 인적 개편안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민주당도 시간을 두고 실제로는 매우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설 것"이라며 "민주당 측 카드는 '86의원' 퇴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오히려 친명(친이재명)으로서도 자신들에 대한 쇄신 압박을 다소 희석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쇄신 폭이 크면 현역 의원 30~40% 정도 교체가 있으리라 본다"며 "민주당 공천 시스템은 인적 변동 폭을 좁힌다는 것이지, 쇄신 폭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쇄신 움직임에 앞장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평론가는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 손쉬운 카드로 읽힐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간 마당에 이 대표가 '따뜻한 아랫목'에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면서 험지나 비례대표 형태를 통해 총선을 이끌어 나갈 가능성을 주목했다. 
 
박 평론가 역시 "인적 쇄신 과정에서 의원들이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나름으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기 지역구에 끝까지 출마하는 것은 이 대표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비례대표 후순위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