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실망" 野 영입 청년·초선의원 잇단 불출마

2023-12-15 01:00
이탄희·홍성국·강민정·오영환 등 개혁 한계 지적…지도부 압박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청년 혹은 초선 정치인들이 하나둘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탄희 의원, 홍성국 의원, 강민정 의원, 오영환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청년 혹은 초선 정치인들이 제22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하나둘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원외는 물론이고 10년 이상 국회밥을 먹은 수많은 다선 중진 국회의원들이 1선이라도 더 해보려는 모습과 대조된다. 정치권에선 기성 여의도 정치가 청년 정치인들을 실망시킨 결과라는 자조와 함께 불출마를 선언한 이들에 대해 '용기 있는 결단'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초선이거나 청년 국회의원은 이탄희·홍성국·강민정·오영환 의원 등 4명이다. 

이들 중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탄희 의원과 홍성국 의원이다.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2020년 1월 19일 민주당 제10호 인재로 영입됐다. 지난 13일 불출마를 선언한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에 선거법 퇴행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의원은 "22대 총선에 남아 있는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제가 가진 것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다 내놓을 테니 선거법만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현재 21대 총선까지 치렀던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총선 승리를 위한 '현실론'을 이유로 병립형 회귀 방향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세종특별자치시 갑선거구에 민주당 후보로 전략공천됐던 홍 의원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 정치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홍 의원은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대표 출신인 경제 전문가다.

그는 "지난 4년간 국회의원으로서 나름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보려 노력했다"며 "그러나 지금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평교사 출신인 강민정 의원은 지난달 14일 당에 불출마 확인서를 제출했다. 만 62세로 비교적 나이가 있는 편인 그는 "젊고 유능하며 오로지 공익에 헌신할 각오를 가진 이들이 국회에 들어와 일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한 번 국회의원이 되면 당연히 다음 선거에 출마해 자기 자리를 유지하는 게 고정관념이 된 현실이 우리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의원은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지난 4월 10일 이들 네 명 중 가장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제가 있어야 할 곳, 제 소망, 제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며 "정치 입문을 제의받을 때부터 반드시 소방 현장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국회 입성 후 3년간 소방 관련 법안을 꾸준히 발의했다. 대형 화재 사건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생명존중 안전한 일터 3법'이 대표적이다. 오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데 대해 정치권에선 '국회 입법 활동만으로는 바꿀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느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본지와 통화하면서 "정말 답답하다. 정치가 한심하니까 더 이상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되는 것도 없고 여야는 싸움박질만 하고, 도덕적으로도 타락해가고 있지 않으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청년, 초선 의원들 불출마로 정치가 좀 변해야 한다"며 "패권, 방탄, 팬덤 정당에서 벗어나고 소모적인 대결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우리 당에 어떠한 부분이 모자라고 그에 맞는 인력이 없기 때문에 보완하고 외연과 전문성 확대를 위해 영입한 인재들인데 전부 나가버린다"며 "그런데 중진들은 다 한 번이라도 더 하려고 하고 올드보이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 정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