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내년 경제회복, 총선이 분수령
2024-01-02 17:52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금년 경제 전망 또한 무성하다. 대체로 금년에는 1% 초반대로 저성장을 기록한 후 내년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 기저효과 등을 반영하여 2% 안팎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금년 초 부진했던 국내 경기는 하반기 들어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1.4%로 예상되고 내년에도 수출·설비투자 회복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GDP 대비 100%를 상회하는 가계부채와 고금리에 따른 실질구매력 약화로 저조한 소비 증가세가 지속되고,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등 내수 회복 모멘텀 약화로 2.1%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향후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 국제 유가 흐름, 중국 경제 향방, 지정학적 갈등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서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차 파급효과가 확대되면(시나리오1) 내년 성장률이 1%대 후반(1.9%)으로 낮아지는 반면 반도체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면(시나리오2) 수출과 투자 회복 흐름이 강화되면서 내년 성장률은 2%대 초중반(2.3%) 정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국내 연구기관들이 대동소이하게 발표하고 있다.
한편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 경제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노무라, UBS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 보고서를 종합한 한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1.1%, 내년 1.9%로 집계됐다. 특히 씨티·JP모건(1.8%), UBS(1.7%), HSBC(1.6%), 노무라(1.5%) 등 5개 기관은 한국 성장률이 내년에도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로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은행의 시나리오1에 가까운 전망을 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고려할 때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높고 중국 경제의 ‘피크차이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데다 미·중 쟁패 지속에 따른 대중국 수출 제약과 공급망 갈등이 내년에도 지속된다는 가정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한국 경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중 쟁패와 공급망 갈등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최근 파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와 이로 인한 국내 기반산업의 붕괴가 만만치 않다. 필요하다면 한국 산업 보호를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 개정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국제 원자재 가격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부문은 물론 곡물과 주요 광물 비축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수급 불안 현상이 재현되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새해 한국 경제가 타개해 나가야 할 대외적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대외적 과제만이 아니다. 대내적 과제는 더 많이 산적해 있다. 한국 경제가 2024년에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2%대 잠재성장률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단기 경기 안정화 대책과 더불어 △규제 혁파, 구조 개혁 등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파동이나 외환‧금융위기 등으로 0%대 성장률이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해가 있지만 2년 연속 1%대 저성장을 한 적은 성장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4년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투자은행들이 전망한 대로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을 기록한다면 이는 성장률 통계를 추계하기 시작한 1954년 이후 처음이다.
또한 한국 연간 경제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등 5번뿐이다. 2차 석유위기 파동의 영향이 덮쳤던 1980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국제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2009년,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등으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지만, 이듬해 바로 반등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1% 초반대는 석유파동,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1962년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추세가 하락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간(2017~2021년)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연평균 2.4%로 내려앉았다. 이제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은 2%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금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고 내년에도 기저효과까지 고려해서 겨우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의 저성장이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만 도입하고 있는 주휴수당, 경직적인 주 52시간 도입, 성과급 폐지와 연공급 도입, 과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유연성 약화 등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성장과 고용,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을 어렵게 하고 있는 △이러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전환하려면 대부분이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규제 혁파, 법인세 인하 등 기업 투자 환경 개선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노동개혁,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개혁도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2020년 12월 9일 입법 폭거 때 통과된 상법개정안, 공정거래법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기업 규제 3법과 노동조합법개정안, 공무원노조법개정안, 교원노조법개정안 등 노조 3법을 비롯해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경제 살리기 법령들 개정이 현재의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어 위기 기간이 아닌데도 1%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저성장을 초래한 악법과 잘못된 정책들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커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4월 총선은 한국 경제가 회복하느냐 주저앉느냐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