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베트남 車판매 하락세 전환…업체 대책마련 '시급'

2023-12-12 19:00

아세안 시장에서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주목됐던 베트남 자동차 시장이 최근 들어 판매 하락세를 보이는 등 판매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은 한때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은 동남아 4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수요가 정체되면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12일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VAMA)와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베트남 자동차 판매 감소세가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베트남 자동차 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올해 1~10월 베트남 신차 판매량은 23만529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더불어 베트남 내 물가 상승, 높은 할부 금리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수입차에 붙는 등록세,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등이 주변 국가보다 높은 것도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베트남의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 비율도 아세안 국가 중 더딘 상황이다. 아세안 통계연감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자동차 보유율은 인구 1000명당 42.8대로 인구 1000명당 50대가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아세안 국가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베트남보다 낮은 나라는 캄보디아가 유일하다. 

현재 베트남 시장에는 우리나라 자동차업체인 현대차와 기아, KG 모빌리티가 진출해있다. 현대차는 올해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베트남 판매 1위를 탈환했지만 지난해 1~9월 88.8%에서 올해 같은 기간 56.7%로 32.1%포인트(P) 낮아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베트남에 생산 합작법인 2공장을 준공·가동하면서 현지 생산 능력을 최근 1년 사이 약 46% 늘렸지만 올해 9월까지 현대차의 베트남 내 판매량은 4만116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경기 둔화,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게다가 베트남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지상고가 높은 픽업트럭이나 소형 트럭 모델 라인업이 우리나라 업체들의 경우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엑센트와 크레타, 싼타페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다목적차량(MPV) 모델 추가 투입을 통해 판매 증진에 나서고 있지만 픽업트럭이나 소형 트럭 라인업은 거의 전무하다. KG 모빌리티는 현지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오는 2025년부터 이에 해당하는 올 뉴 렉스턴과 뉴 렉스턴 스포츠&칸을 현지 조립 생산한다는 계획이지만 다소 늦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베트남 시장 뿐만 아니라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1톤 픽업트럭과 같은 전략 차종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기아 관계자는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소형 저가 전기차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중국 업체를 비롯해 테슬라 등과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략 차종을 통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 현대차 베트남 생산합작법인 2공장 준공식 모습 [사진=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