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AI 발전에...EU,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 합의

2023-12-10 16:42
생체 인식 접근 등 불법으로 규정
위반 시 최대 500억원 또는 매출 7% 벌금 부여
세계 각국 AI 규제안에 '벤치마크' 될 예정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걸린 EU 깃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규제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세계 각국이 AI의 등장으로 생긴 법적 공백을 고심 중인 가운데 EU의 법안이 세계 각국의 '벤치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회, EU 27개 회원국 대표들은 총 39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이날 'AI 법'(AI Act)에 합의했다.

AI의 투명성 강화 및 위험성 대처를 골자로 하는 이번 합의안은 AI의 안면 인식 등 생체 정보 접근 금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치·종교적 신념, 성적 지향, 인종 등을 파악하기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인터넷 혹은 CCTV 등 보안 영상 등에서 생체 정보를 파악해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도 규제한다. 

다만 사법당국이 인신 매매 피해자 수색, 테러 위협 예방 및 범죄 용의자 추적을 위해 실시간 안면 인식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는 등 예외 조항을 뒀다.

합의안은 의료나 환경, 금융, 선거 등에 대해 상당한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AI 시스템들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하고 위험성 테스트를 거치도록 했다.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 및 범용인공지능(GPAI) 모델들에 대해서는 출시되기 전 저작권 법 준수와 같은 투명성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하면 최소 150만 유로나 전 세계 매출의 1.5%에서 최대 3500만 유로(약 500억원)나 전 세계 매출의 7%에 이르는 금액이 벌금으로 부과된다. 

최종 합의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신은 세계 최초로 AI 규제 합의가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NYT는 기술적 세부 사항을 매듭짓기 위한 회담이 내부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큰 틀에서 AI 규제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며 의의를 평가했다. 

합의안은 유럽의회와 회원국들의 승인을 거치게 되면 2년 뒤 공식 발효된다. 외신은 내년 6월 유럽의회 의원 선거 전에 법안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2026년 완전 발효가 시행되는 것이다. 

최근 챗GPT에 이어 구글의 제미나이, 일론 머스크 기업 X.AI의 챗봇 그록 등 여러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AI 모델을 출시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도 AI 규제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월, AI 시스템 출시 전 위험 평가 결과를 미국 정부와 공유하도록 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고 한국을 포함한 세계 28개국은 지난달 영국 블레츨리에서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에서 AI 위험 방지 협력에 합의했다. 

EU의 이번 합의안은 각국 AI 규제의 '벤치마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누 브래드포드 콜럼비아 로스쿨 교수는 "EU가 내놓은 강력하고 광범위한 이번 규제안은 AI 규제를 고려하고 있는 많은 정부들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모든 조항을 그대로 따라 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부분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