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스포트라이트-공천룰 논란] 현역의원 '꺼리고' 원외선 '반기고'…총선 앞두고 공천룰 개정 시끌
2023-12-08 01:00
국민의힘, 현역의원 하위 20% 이상 공천 배제…영남권 중심 대폭 물갈이 가능성
민주당, 하위 10% 감산 비율 확대…"시스템 공천 바꾸면 분열만 조장" 반
민주당, 하위 10% 감산 비율 확대…"시스템 공천 바꾸면 분열만 조장" 반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을 앞둔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 하위 20% 이상을 컷오프 하기로 했다. 당무감사위원회는 최근 전국 204곳 당협위원회의 22.5%에 달하는 46명의 당협위원장을 공천 배제 대상자로 권고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당초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2차 혁신안으로 제안한 '하위 20% 공천 배제'보다 더 나아간 방안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당무감사와 함께 현역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현장 객관적인 점수를 끊으면 20%를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곧 출범할 공관위 판단에 따라 추가 컷오프가 단행될 수 있다.
이번 컷오프 평가 기준에는 당 지지도와 현역 의원 지지도 간 격차가 반영된다. 하위 46명의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반영해 이를 공관위에 권고한다는 것인데, 공관위 출범과 함께 영남권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물갈이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TK) 지역에서 60% 안팎을 상회할 정도로 높다. 해당 지역 현역 의원들의 지지도가 당 지지도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번 평가 기준이 영남권 현역 의원들을 저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현역의원 평가에 대해 "공천 시스템에 약간 변화를 줘서 혁신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계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를 비롯 당 지도부가 시스템 공천이라는 틀을 건드려서 당의 분열만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훈 의원은 "고쳤을 때 생기는 불협화음과 문제점보다 잘 돼 있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낫다"며 "시스템 공천에 대해선 손을 안 대는 게 당의 분열을 막고 단합해 나갈 수 있는 지혜"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현역의원들 사이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룰 개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원외에서 내년 국회에 입성을 노리는 지역 인사들 사이에선 룰 개정을 환영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TK 지역에서 출마를 고민 중인 한 원외 여당 인사는 "현역 중에서도 실적 안 좋은 사람들을 물갈이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실적도 안 좋은 사람에게 계속 의원직을 주는 건 지역과 당, 국가 모두에게 손해다. 반발할 게 아니라 본인들 실적으로 증명하면 될 것 아니냐"고 따졌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원외 인사는 "만약 하위 평가 받은 의원들의 감산 비율을 늘리는 게 아니라 10%로 줄인다고 했을 때도 저렇게 반발했을까"라며 "현역들이 받는 이점이 많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번 당헌·당규 개정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바로잡는 조치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