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들의 반란…AI 지각변동 오나

2023-12-07 14:25
구글 제미나이 공개…음성·영상 등으로 사람과 소통 가능
오픈AI vs 구글 vs AI 동맹 3파전 예고
AMD, 엔비디아에 도전장…구글, 자체칩으로 훈련

구글이 출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미나이가 오리에게 친구가 있는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음성으로 말하는 모습  [사진=구글 유튜브 갈무리]


인공지능(AI) 왕좌를 둔 치열한 각축전이 시작됐다. 오픈AI와 엔비디아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AI 독점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후발주자들이 강공에 나섰다.
 
미 구글은 6일(현지시간) 공개한 자사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미나이(Gemini)가 현존하는 LLM 가운데 최고의 성능을 갖췄다고 밝혔다.
 
‘멀티모달 AI’ 제미나이는 대량의 텍스트는 물론이고, 이미지, 영상, 음성 모두를 인식할 수 있다. 시각과 청각 모두를 통해 사람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AI를 둔 빅테크 경쟁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띤다. 오픈AI, 메타 등 대기업과 스타트업인 앤스로픽, 미스트랄 등이 공개한 모델들 모두 질문에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을 활용해 마치 사람이 답하는 것과 같은 답변을 생성한다. 기본 틀이 비슷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빠르게, 그리고 인간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 가까운 답을 제시할 수 있는 모델이 선두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제미나이는 음성과 영상을 통한 사람과의 소통에 능하고, 표나 도표 등이 포함된 수학 추론 문제를 풀 수 있다. 과학 데이터도 분석할 수 있고, 고급 코딩도 할 수 있다. 구글은 제미나이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가정교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구글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구글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제미나이는 카메라를 통해 사람이 파란색 펜으로 오리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촬영하면서, ‘오리다. 파란색 오리는 드물다’라고 음성으로 답했다. 사람이 세계 지도에서 호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캥거루가 있는 나라’라고 하거나, 오리가 곰이 있는 곳과 오리가 있는 곳 중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자 ‘친구인 오리한테 가라’라고 답했다.
 
구글은 제미나이가 테스트 전반에서 오픈AI의 GPT-4를 능가한 것은 물론이고 특정 테스트에서는 인간(human) 전문가를 능가한 최초의 AI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업계에 보급된 32개 성능 평가 지표 중 30개에서 앞섰다”며 제미나이가 GPT-4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제미나이와 GPT-4 간 비교표도 공개했다.
 
제미나이는 울트라와 프로, 나노 등 3개 모델로 출시된다. 범용으로 쓰이는 '제미나이 프로'는 이날부터 구글의 AI 챗봇 서비스인 '바드'에 탑재된다.
 
구글이 제미나이 개발을 서두른 것은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연합이 챗GPT를 앞세워 AI 제품의 실용화·대중화에 성공한 가운데 더 뒤처진다면 오픈AI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증폭됐다. 바로 전날에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IBM이 주축이 돼 50개 이상 AI 관련 기업이 ‘AI 동맹’을 결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을 의식한 듯 오픈AI의 GPT-4 터보를 AI 종합 솔루션인 코파일럿에 장착하기로 했다. 지난달 초 공개된 GPT-4는 텍스트-음성 변환 등을 지원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AI칩을 둘러싼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AMD는 이날 최신 AI칩 인스팅트(Instinct) MI300 시리즈를 내년 초에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이미 메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AI 기업들이 AMD 칩을 구매하기로 했다.
 
AI 개발 열풍으로 GPU 부족난이 극심한 가운데 기술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비싼 GPU를 대신할 대안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CNBC는 “AMD의 최신 AI 칩이 내년 초 출시됐을 때 기업들이 AMD의 제품을 선택한다면, AI 모델 개발 비용을 낮추고, 엔비디아의 AI칩 판매 성장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외에도 구글은 이날 자체 개발한 AI 칩 TPU v4·v5e로 제미나이를 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