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의 문화산책] '한 그루 한 그루씩'...사회가 함께 심는 '문화예술후원 나무'

2023-12-07 06:0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후원 문화 확산 기여
콘텐츠산업, 타 산업의 생산유발효과 커...'기업 후원은 미래 위한 투자'

 
지난 9월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가을 열린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은 문화예술 기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손꼽힌다. 
 
관객 9000명은 지난 9월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에서 조수미, 김윤아, 리베란테, 이찬혁, 최재림, 추다혜차지스, 박기훈 퀸텟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공연을 즐겼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창립 50주년과 문화예술 후원 캠페인 ‘예술나무운동’ 1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은 티켓 수익을 2024년 예술위가 진행하는 소외된 이웃을 위한 예술 치유 프로젝트에 기부했다.
 
즐거운 후원 경험은 건강한 ‘후원 씨앗’이 됐다. 예술위에 따르면, 관객 260여명이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 현장에서 정기 후원을 신청했고, 후원 의사와 함께 연락처를 남긴 사람도 1300여명이나 됐다. 향후 예술위는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2013년~2022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 [표=한국메세나협회]
 
◆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미래를 위한 투자다
 
개인과 함께 기업의 문화 후원이 활발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기업들의 문화예술 분야 지원 규모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국메세나협회가 지난 7월 발표한 ‘2022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원금 총액은 전년 대비 15.8% 증가한 2073억원을 기록했다. 지원 규모는 코로나 유행 이전이었던 2019년 2081억원에 근접했다.
 
이는 총 566개 기업이 1318건의 사업에 지원한 결과로, 지원 기업 수는 전년 대비 14.8%, 지원 건수는 25.4% 증가했다.
 
기업 문화재단별 지원금을 비교한 결과 삼성문화재단의 지원 규모가 가장 컸고, LG연암문화재단과 롯데문화재단이 뒤를 이었다. 기업별 지원 현황을 보면 KT&G가 가장 큰 지원 규모를 기록했고, 그 뒤를 현대백화점과 현대자동차가 차지했다.
 
지속적인 기업 후원을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기업의 인식 변화다. 문화 산업이 커지면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수출입은행은 2022년 ‘콘텐츠 수출이 1억 달러 증가 시 소비재 수출은 1억8000만 달러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콘텐츠산업이 미디어와 관광뿐만 아니라 미용, 의료 등 서비스업과 식품, IT기기 등 제조업의 동반 성장과 수출을 견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콘텐츠산업의 타 산업에 대한 생산유발효과는 약 36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5조8000억원으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소프트파워의 핵심인 문화예술은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US 뉴스앤월드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8위였던 한국의 국력은 문화적 영향력 상승과 함께 2022년 일본,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6위로 상승했다.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은 지난 11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콘텐츠 산업의 생산유발효과 등을 보면, 많은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문화예술의 혜택을 보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은 그냥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짚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1월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예술위는 ‘문화예술진흥법’에 의거해 문화예술진흥기금을 통해 1973년부터 50년간 문화예술 기부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문화예술 분야 대표 공공기관으로서 전문적인 문화예술 지원 플랫폼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예술위는 지난 50년간 기부금 약 4070억원을 관리·지원해 오고 있다. 기부금은 예술인과 예술단체에 지원돼 문화예술진흥과 지역 문화예술 발전, 소외계층 문화예술 향유, 예술인 창작지원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정 위원장은 “50년 전인 1973년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00 달러 정도였다. 의식주 문제도 제대로 해결이 안 되던 시대였지만,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문화예술진흥법을 만들고,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모금했다”며 “전 세계에서 현재 문화예술강국 소리를 듣게 된 원동력”이라고 돌아봤다.
 
기업 후원 증가를 위해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힌 정 위원장은 “기업의 후원을 ‘문화지수’로 만들려고 한다. 어느 기업이 매출 대비 어느 정도를 후원했는지 등을 수치화하려 한다”며 “문화지수를 그 기업의 제품에 표시를 할 수 있게 하면, 소비자들도 이 기업이 문화예술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기업의 이미지도 제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