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1달차…현선물 괴리율 상승으로 주가 하락 우려 ↑

2023-12-06 05:00
14일 '네 마녀의 날' 주가 급락 가능성 높아

사진=게티이미지


공매도 금지 조치 1개월차에 접어든 가운데, 이전 대비 주식 현물과 선물 가격의 괴리율이 –3%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 가격이 현물 대비 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선물 시장에서 대량으로 내다 팔면서 생긴 현상이다. 

증권가는 선물이 현물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발생하며 수급에 변동성이 생겨 향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월 하루 평균 개별주식 선물 거래대금은 3조1000억원 규모로, 지난 10월 3조5000억원 수준에서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식선물 미결제 약정은 723만 계약으로, 한 달 전인 570만 계약에서 크게 증가했다.

11월 6일 공매도 금지 후 현물시장에서 대차거래가 제한되자 투자자들은 선물시장에서 위험을 헤지(수익률 방어)하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매수한 주식의 주가 하락이 예상되자 선물시장에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수가 아닌 매도 포지션만 취해 미결제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에서) 만기와 다음 만기까지 일정한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미결제 약정 수량이 11월 9일 만기 후 꾸준히 상승해 이전 고점대를 백만 계약가량 넘어선 모습”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11월 6일 이후 이어지고 있는데, 외국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매도 포지션에 진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도 물량이 급증하며 선물 가격이 기초자산인 주식보다 낮게 거래되는 ‘백워데이션’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일부 개별주식 선물은 괴리율이 -3%를 넘어서는 종목도 이례적으로 발견됐다.
 
백워데이션이 자주 기록됐던 종목은 RFHIC, LG디스플레이, 씨젠, LG에너지솔루션, 넷마블, 천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이었다. 아울러 BGF리테일과 포스코DX의 개별주식 선물은 공매도 금지 전보다 최소 10%까지 할인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부 한국 기업의 선물은 투자자들이 잠재적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현물 가격 대비 최대 6%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됐다.
 
그래픽=한국거래소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물 가격 할인은 공매도 수요 흡수”라며 “선물과 현물을 포함한 차익거래가 급증해 결국 현물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세력이 선물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선물 가격이 밀리고 있다”면서 “일부 종목들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파생시장이 현물시장을 흔드는 ‘웩더독’ 현상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선물보다 현물 가격이 높고, 선물시장 가격이 현물시장을 따르지만 수급 변동성이 생기면서 그 반대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강송철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선물 매도가 많은 종목(선물 가격 하락)은 선물 매도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만기 이후 주가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즉 기존 공매도 세력들이 주가 하락을 예상해 공매도 대신 선물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만큼, 현물 시장에서도 충분히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는 14일 '네 마녀의 날' 추가로 백워데이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네 마녀의 날은 주가지수 선물, 옵션, 개별 주식 선물, 옵션 등 4가지 만기가 겹치는 날로 강한 프로그램 매도세가 발생하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