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1%' 내년 성장률, 지정학적 갈등 심화 시 1%대 낮아질 수도"

2023-11-30 13:5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30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내년도 국내 연간 경제성장률을 2.1%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갈등과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국내 성장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정학적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원자재가격이 상승할 경우 성장률이 2%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한은은 3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11월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에 대해  "상반기 크게 부진했으나 하반기 IT경기 반등의 힘입어 완만하게 개선 중"이라며 "내년에도 성장세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역시 최근들어 반등하긴 했으나 향후 내수압력 악화 등으로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성장률 흐름에 대해 "연초 부진했던 국내 경기가 하반기 들어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돼 올해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1.4%)에 부합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에 힘입어 개선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모멘텀 약화로 앞선 전망(2.2%)을 소폭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특히 향후 성장률 전망경로 상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은은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첫번째 시나리오와 반도체 업황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개선되는 두 번째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을 각각 진행했다. 그 결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과 이차파급효과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상승률 역시 기본 전망치를 웃도는 2.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상황이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전개될 경우에는 국내 수출과 투자회복세가 강화돼 내년도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높은 2.3%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물가상승률도 첫번째 시나리오와 동일한 2%대 중후반(2.8%)으로 상향될 것이라는 게 한은 시각이다. 

한은은 국내경기는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흐름을 이어가고, 물가상승률은 비용 인상압력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이나 추세적으로는 둔화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측은 "국내 경기는 반도체 중심 수출이 회복돼 점차 나아지겠으나 내수는 통화긴축 영향 등으로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웃도는 물가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 리스크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