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유통 핫이슈] '대륙의 실수'가 '쿠팡 대항마'로…中이커머스의 대공습
2023-11-29 17:30
국내 기업 인수설 등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韓시장 진출
중국의 해외 직접 구매(직구) 플랫폼들의 습격이 거세다. 한 때 제품의 질이 떨어져 ‘대륙의 실수’라는 조소 섞인 별칭까지 붙었던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대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여전히 제품의 질과 배송에 대한 문제점과 가품 논란도 여전하지만, 이른바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업계의 연중 최대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에서도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기업들은 압도적 존재감을 나타냈다.
여전히 제품의 질과 배송에 대한 문제점과 가품 논란도 여전하지만, 이른바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업계의 연중 최대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에서도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기업들은 압도적 존재감을 나타냈다.
알리·테무·쉬인 ‘트로이카 체제’…가성비 앞세워 시장 확장
가장 대표적인 중국 이커머스 기업으로 꼽히는 알리 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 그룹 계열의 온라인 쇼핑 서비스로, 홍콩에 기반을 두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 익스프레스는 2010년에 B2B(기업 간 거래) 구매 및 판매 포털로 시작했다. 이후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C2C(개인 간 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및 결제 서비스로 확장됐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2016년 각종 해외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주로 해외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기반지가 홍콩에 있지만, 물류 배송은 중국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지난 2018년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해 중국 내 상품의 한국 배송과 한국어 번역, 한국 고객센터 설립 등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지난 3월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TV 광고에 나선 후부터는 한국 한정 프로모션을 활발하게 진행했으며 배송에 걸리는 시간이 수개월에 이른다는 지적에 5일 배송 서비스 등을 약속했다.
테무는 핀둬둬 산하의 온라인장터 플랫폼이다. 대부분의 상품은 중국 현지에서 제조하며, 가격이 매우 저렴한 상품들을 싼 가격에 판매한다. 2022년 9월, 론칭 초기부터 모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광고 공세를 통해 미국 앱 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오랜 기간 동안 유지했다.
그 결과, 지난 7월에 국내 진출 이후 한국에서도 신규 사용자수 증가 1위 쇼핑몰 앱에 등극했다. 알리 익스프레스와 더불어 값싼 가격을 앞세워 경기 둔화에 대한 대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테무는 현재 30대 이하 여성 고객층이라는 특정한 대상으로 인기몰이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테무는 출시 초기부터 최대 90% 할인 행사와 최대 수십만원의 적립금 증정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반품도 1회에 한해 무조건 무료다. 친구추천 이벤트를 통해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 모두에게 매일 적립금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당첨률이 높아 적립금이 끊임없이 누적되는 식이다.
쉬인(shein)은 중국의 온라인 패션 쇼핑몰이다. 쉬인은 2008년 도메인 쉬인사이드(SheInside)를 사용해 영미권 쇼핑객을 대상으로 웨딩드레스와 여성 의류를 판매하는 사이트로 시작됐다.
운영 초창기에는 웨딩드레스를 판매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소매업체와 구별되는 점이 없었다. 2010년대 초반에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여성복 외에 화장품, 신발, 가방, 장신구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 소비자의 브랜드 이름 인식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도메인 이름을 쉬인으로 단축했다.
블프서 입증된 영향력…국내 매출 폭발적 급증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7∼9월) 기준 온라인 직구에서 중국의 비중은 2020년 21.2%에서 올해 50.3%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과거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이뤄졌던 직구 소비가 중국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알리 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새로 설치한 소비자는 약 471만명이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배우 마동석 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소비자를 끌어모았으며, 10월 월간 사용자 수(MAU) 추정치는 약 431만명으로 집계됐다. 테무는 한국 진출 3개월 만에 같은 기간 동안 약 278만명이 내려 받으며, 10월 MAU가 약 182만명에 달했다.
영향력은 최근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입증됐다. 티몬에 따르면 이달 20∼26일 직구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9% 증가했다.
카테고리별 거래액 증가율을 보면 가전·디지털 거래액이 319%로 가장 높고 출산·유아·아동 152%, 식품·건강 132% 등의 순이었다. 결정적으로 중국 이커머스에게 ‘대륙의 실수’라는 별칭이 붙게 한 중국산 가전·디지털 제품의 공세가 눈에 띄었다.
10만원대 초반의 가격을 앞세운 레노버 태블릿이 이달에만 50억원어치가 판매되며 거래액 기준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에어팟 프로 2세대, QCY 이어폰, 샤오미 드리미 무선 청소기, 파나소닉 안마의자가 2∼4위에 포진했다. 5개 중 3개가 중국산 제품인 셈이다.
중국 가전·디지털 제품의 인기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남녀 구매 비중까지 바꿔놨다. 패션·잡화가 인기를 끈 지난해의 경우 여성(52%)의 구매 비중이 남성(48%)보다 다소 높았으나 올해는 남성이 70%로 수직 상승했다.
티몬과 같은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가 이달 한 달간 지역별 직구 매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중국이 801%로 미국·유럽(136%)과 일본(79.8%) 등을 압도했다.
11번가의 경우 이달 22∼26일 기준 태블릿·게임 카테고리의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7배 증가하는 기록을 썼는데 레노버 태블릿의 인기가 큰 몫을 차지했다.
中기업 대공습은 ‘ing’…품질 논란은 ‘미완의 숙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국내 대공습은 내년부터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아예 국내 물류 기지를 확보한 뒤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지적재산권 보호 시스템에 대한 노력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배송 지연과 가품 논란 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쿠팡이 독주하고 있는 배송경쟁에서 알리 익스프레스가 국내에 물류센터를 확보할 경우,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 인수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불량품, 가품 문제는 극복해야할 과제다. 레이 장 알리 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이 문제로 국정감사까지 출석했다.
국감에서는 알리 익스프레스의 중국산 짝퉁 상품 판매에 대한 질타가 이어진 바 있다.
레이 장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전체 거래량 대비 가품으로 인한 이의제기 건은 0.015%”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품을 근절하기 위해 알리익스프레스는 명확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판매자(셀러)를 심사하는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가품 식별, 지적재산권을 위반한 판매자에 대한 처벌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알리 익스프레스는 구조상 국내 업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가져올 것”이라며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