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카페] "깡통대출에 보험 해약까지 급증"…금융권 여기저기서 경기침체 '경보음'

2023-11-30 06:00
"대출해주고 원리금·이자 못받는다"…은행 '무수익여신' 27%↑
자영업 다중채무자 연체 13조원, 1년새 2.5배로…'역대 최대'
보험 해약환급금, 50% 늘어난 30조…효력상실환급금도 1조 상회
카드 리볼빙·현금서비스, 전월대비 각각 700억원 가량 증가

[사진=연합뉴스]

최근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에 이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곳곳에서도 이상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경제주체인 기업들은 물론, 시장 내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자영업자와 가계 등에서 급전을 끌어모우거나 이를 갚지못해 파산에 이르는 수치 등이 급증, 금융위기 전조증세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금융권은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함께 국내 경기침체 악순환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기업·자영업자, 대출받고 못갚는다…다중채무자 수치도 역대치

최근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공시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277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조8988억원으로 27.3% 급증했다. 무수익여신은 원리금과 이자를 받지 못하는 대출을 의미하는데, 해당 수치가 늘어날수록 소희 '깡통 대출'이 속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원금 상환이 연체된 여신에 이자 미계상 여신을 추가 반영해 무수익여신 잔액을 산정한다.

같은기간 무수익여신은 가계와 기업 부문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1조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9754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가계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7462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23.7% 늘었다. 금융권은 특히 경제 주체인 기업들의 해당 증가폭이 더 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무너지고 있는 기업들의 증가세는 최근 여러 수치들로도 확인된다. 법원통계월보 등에 따르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올해 3분기 기준 1213건에 달해 전년 동기(738건)보다 64.4% 급증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누적 전국 어음 부도액은 4조15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3202억원보다 무려 214.9%나 급증했다. 1∼9월 월평균 전국 어음 부도율도 지난해 0.08%에서 올해 0.25%로 뛰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들의 부도가 지난해 1∼10월보다 올해 같은기간 약 40% 증가해 주요 17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를 버텨온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이 높은 금리 속 한계를 맞고 있는 점도 금융위기 우려를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일 뿐 아니라, 지난해 2분기 말(700조6000억원)과 비교해 6.2% 늘어난 수치다. 3.2% 늘어난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177만8000명)도 역대치를 기록했다.

1년 사이 연체액과 연체율도 크게 뛰었다. 2분기 연체액 13조2000억원은 지난해 2분기 말(5조2000억원) 대비 약 2.5배에 달했고, 연체율은 0.75%에서 2.4배인 1.78%로 치솟았다. 모두 역대 최대·최고 수준이다.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 역시 4억1800만원으로, 2020년 1분기(4억3000만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2금융권으로 몰리는 서민들…‘빚의 늪’에 더 빠진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은 보험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급전을 끌어모우기 위한 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먼저 보험권의 경우 해당 업계에서만 운영하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상반기 말 기준 68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5조7327억원) 대비 4.8%(약 3조1673억원) 증가했다. 보험 약관대출은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50~90%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대출 심사가 필요없어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중도 상환 수수료나 연체이자도 없다. 이에 금융권에선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아울러 보험 해약도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2개 생명보험사가 올해 8월까지 고객에게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30조8197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2827억원) 대비 약 52% 증가했다. 해지환급금은 통상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다. 원금 손실을 무릅쓰고 해지를 진행하는 규모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기간 생보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한 효력상실환급금은 1조944억원으로 2020년 이후 3년 만에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효력상실환급금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경우 보험사가 지급하는 돈이다.

뿐만 아니라 카드값을 다 내지 못해 결제를 이월하는 리볼빙과 이를 갚기 위해 끌어다 쓴 현금서비스 잔액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8월 말 기준 리볼빙 규모는 7조3782억원으로 전월대비 692억원 늘었다. 같은기간 현금서비스도 6조4790억으로 712억원 증가했다. 금융권은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해당 서비스들 모두 금리 및 연체 수수료가 20%에 육박해 서민들이 ‘빚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 모든 계층에서 관련 지표가 한꺼번에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금융당국은 현 상황을 경제위기의 전조증상으로 보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