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가격 폭락 쇼크] 전 세계 배터리 공급망 독식하는 中...사면초가 빠진 국내기업
2023-11-29 14:13
곳곳 中 자본 투입...가격 경쟁서 밀려
美 IRA 강화 땐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
전문가 "전기차시대 전환 과정의 진통"
美 IRA 강화 땐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
전문가 "전기차시대 전환 과정의 진통"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해외 공급망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글로벌 배터리 패권을 쥐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과 공급망 전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배터리 원자재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으로 인해 탈(脫)중국을 선언한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 다각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국내 기업들이 직접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확보한 리튬 등 배터리 원자재 개발사업도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수익성을 장담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中 파상 공세에 요원해지는 '탈(脫) 중국'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리튬 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 앨버말은 최근 호주 리튬 생산 업체인 라이온타운리소스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앨버말 측은 “광물 가격 하락에 추가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앨버말의 점유율은 13%로 단일 기업으로는 1위다. 하지만 중국업체 합산 점유율이 63%에 달하면서 사실상 배터리 원자재 주도권은 중국이 가진 상태다. 미국의 IRA는 광물 패권을 쥐기 위한 의도가 강했는데, 전 세계 광물국가 중에서 중국의 자본이 투입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리튬1위 업체가 사업을 축소하는 가운데 중국의 파상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3분기 짐바브웨의 리튬·에너지 분야에 대한 27억9000만 달러(약 3조6000억원)의 투자 허가를 따냈는데,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0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현지 네트워크와 단가까지 싼 곳을 찾다보면 결국 중국과 협업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LG에너지솔루션은 IRA 때문에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기로 했지만, 정작 협업하는 업체는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업체 ‘야화’다.
비(非)중국 글로벌 자원기업들의 점유율 하락은 결과적으로 IRA, CRAM 무력화로 이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대미, 대유럽 투자 역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RA에 따르면 오는 2025년부터는 중국으로 추정되는 해외우려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을 출처로 하는 핵심광물 및 배터리부품을 사용해선 안된다. 아직 미국 측이 세부지침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산’뿐만 아니라 ‘중국 자본’까지 규제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문제는 커진다. 한국 기업의 광물 파트너사로 야화와 같은 중국 업체들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 가격 경쟁력에 밀린 국내 기업…수익성 담보 어려워
광산개발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도 중국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공세에 밀려 자원개발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자본이 뻗친 남미와 동남아시아산의 원자재에 대해서도 규제를 할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STX는 인도네시아 니켈광산 지분을 취득한 데 이어 페루와 브라질의 리튬광산 개발 및 판매권을 따낸 상황이다. 업계에선 STX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광산 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단행할 경우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STX는 지난 3분기 영업손실 54억원, 당기순손실 7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개 분기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부채비율은 460%에 달한다.
STX 관계자는 “수익성을 고려하기보다는, 향후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인 투자”라며 “투자회수가 안 될 가능성까지 경영진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물 가격 진폭이 커지는 것은 전기차 전환에서 생길 수 있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보고 있다. 제2의 IRA나 전략물자 수출통제 등의 이슈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공급망 확보는 멈출 수 없는 과제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확대 자체에 목표를 두고 손해를 감수한 중국을 따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나마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소규모 광산 확보를 통한 리스크 분산이다. 이런 시기에는 정부 차원의 자원개발이 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