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사무총장 "韓 가계부채 리스크 해소 위해 집값 낮춰 가계 부담 줄여야"

2023-11-26 12:00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아구스틴 카르스텐스(Agustin Carstens)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 가계부채 확대추세에 대해 주택 개발과 좁은 국토 면적 등을 배경으로 들며 "집값을 낮춰 가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26일 한국은행(한은)에 따르면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최근 한은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급등하고 있는 한국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대해 "(여러 이슈들이 복잡하게 얽혀)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 "가계부채 이슈 해결을 위해 각 지자체나 건설·개발사(project developers), 은행 등이 힘을 모아 집값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국의 가계부채 잔액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웃도는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가계부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에 대해선 "현 상황을 평가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면서 "금융취약성 및 높은 부채 비율과 관련해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한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로 4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년간 노르웨이와 덴마크, 호주 등이 부채 감축에 나선 반면 국내에서는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 현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에 나선 결과로 꼽힌다. 이 같은 정책 평가에 대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상황 판단에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만큼 답변 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미국 등 세계 주요국들의 고금리 기조에 대해서는 "대부분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거의 끝냈다"라며 '금리 정점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도 "고금리 파급효과가 차환 비용에 어떻게 전가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면서 "단기외채 규모가 크고 변동금리 비율이 높은 국가는 고금리로 인한 즉각적인 충격이 큰 반면 그렇지 않은 국가는 그 효과가 느리게 나타나 앞으로도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의 거시건전성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는 집값 폭락에 따른 대출자 연체 가능성, 소득 대비 부채상환 비율, 가계 전체의 부채 규모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은 가계부채 연체 등 부실 리스크와 더불어 대차대조표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금융 불안이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도 아니나 그렇다고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금융 안정을 위한 신중한 통화정책 운용을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대출비용을 늘려 투자와 소비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취지도 있다"면서 "다행히 많은 국가에서의 충격이 생각보다 완만했고 제 기대보다도 괜찮다"고 부연했다.

한편 그는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향후 중립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는 이창용 총재 시각에 대해 "동의한다"며 의견을 같이 했다. 이 총재는 최근 세계적 경제석학이자 하버드대 시절 자신의 스승인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의 대담에서 중립금리 전망을 두고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인구학적 변화를 포함한 장기적인 요인이 전 세계적으로 중립금리를 하향 조정했을 수 있다는 증거가 실제로 있다"면서 "더 중요한 문제는 불확실성의 수준이 매우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