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한' 알짜 사업·서비스…올해 자회사·신사업 덕 본 IT업계
2023-11-25 06:00
올해 IT·벤처업계 내 소리소문 없이 높은 실적을 거둬 들이는 자회사나 서비스들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모기업 못지않은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며 기업 전체를 성장시키는 숨은 공신으로 자리매김한다는 평가다.
성과가 좋은 자회사들이 고금리·고물가 등의 여파로 얼어붙은 업계 현황 타개를 위해 모기업을 지원사격하며 돌파구를 만들기도 한다. 넵튠, 백패커 등의 기업들은 호실적을 올린 자회사와 힘을 한데 모아 기업 가치 확대에 나섰고, 굵직한 IT 대기업들도 꼬박꼬박 돈을 벌어다주는 계열사들이 매출 확대에 일조하는 모습이다.
황금알 낳는 자회사, 모기업 수확 나서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IT·벤처업계에서 모기업이 알짜 자회사를 합병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담이 따르는 합병이 아닌 기존 주력 사업과 자회사의 사업을 연결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기업 전체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자회사 성장을 위해 모기업이 투자나 인프라를 지원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대표적인 곳이 게임 개발사 넵튠이다. 넵튠은 이달 자회사 애드엑스플러스를 흡수합병했다. 애드엑스플러스는 광고 솔루션 '애드엑스'를 비롯해 기업용 채팅 솔루션 '톡플러스' 등을 운영하며 올 상반기에만 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고 거래액은 137억원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같은 기간 넵튠 광고 수익 최적화 부문의 거래액은 약 340억원, 매출은 약 69억원을 내며 전체 사업 중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넵튠은 이번 흡수합병으로 기존 모바일 광고 매체향 플랫폼(SSP) '애드파이'와 더불어 '애드엑스', '리메이크 디지털'까지 품게 됐다. 앞단에는 퍼포먼스 마케팅, 뒷단에 광고 수익화까지 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게임 개발부터 서비스, 퍼포먼스 마케팅, 광고까지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게 돼 사업적인 시너지가 극대화될 전망이다.
'아이디어스' 운영사 백패커는 자회사인 텀블벅과 합병을 통해 범위의 경제 실현에 나섰다. 합병 전까지 텀블벅은 누적 후원금 3000억원, 프로젝트 진행 5만건을 돌파하는 등의 실적을 올렸다. 백패커는 아이디어스와 텀블벅 모두 창작자라는 공통 분모하에 상호 간 운영 노하우와 기술을 교류하며 창작자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나갈 방침이다.
IT 보안 인증기업 라온시큐어는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회사 라온화이트햇을 합병한다. 보안 서비스를 전담하는 라온화이트햇은 지난해 매출 192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라온시큐어는 합병 이후 라온화이트햇의 디지털 신분증 서비스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실적 상승 이끄는 '슈퍼 서브'들
네이버, 넥슨 등 국내 IT 대기업도 잘나가는 '슈퍼 서브'들 덕에 상승 곡선을 그린 바 있다. 네이버는 올 2분기 매출 2조4000억원을 올리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커머스 사업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44% 오른 6329억원에 달했다. 네이버는 커머스 사업 실적 상승의 주역으로 '포시마크'를 꼽았다. 올해 초 네이버가 인수한 포시마크는 2021년 기준 연간 활성 이용자 수 4000만명에 올해 거래액 추정치는 약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북미 최대 중고 거래 온라인 플랫폼이다. 인수 이후 실적이 개선되더니 1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넥슨은 게임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의 활약에 힘입어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민트로켓은 지난 6월 신작 '데이브 더 다이버'를 스팀에 출시해 누적 판매량 200만장을 돌파했다. 스팀 내 '압도적 긍정적' 평가 비율은 97%에 달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흥행은 넥슨이 3분기 매출 1조913억원, 영업이익 420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잘 키운 '신사업' 하나, 열 서비스 안 부럽다
사업 영역 다각화와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추진한 신규 사업들이 업계 정상 궤도에 올라선 뒤 성장을 거듭하며 눈도장을 찍는 경우도 많다.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는 '후발주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쿠팡플레이의 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634만명으로 국내 OTT 중 최다를 기록했다. 스포츠 경기, 예능 등 쿠팡만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사업과 연계한 신규 서비스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한다.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을 운영하는 크몽의 단기 알바 매칭 서비스 '쑨'이 주인공이다. 원하는 일자, 시간에 맞게 단기 업무를 제공하는 쑨은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올 3분기 기준 가입자수 15만명으로 전년 대비 2배 늘었고, 근무자 배정 수도 2만3000건으로 지난해보다 1만건 더 많다. 청소연구소 운영사 생활연구소의 중장년층 취미 플랫폼 우리클래스도 출시 반년 만에 클래스 개설 수 3배 증가, 전문강사는 100명을 돌파했다. 그간 축적한 중장년층의 특성을 반영한 만큼 주 고객층은 40대 이상이 70%를 육박하며 여성 이용자 수는 60%가 넘는다.
IT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데 있어 꾸준히 수익을 올려주는 이들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