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왕' CATL 홍콩행 택한 이유

2023-11-23 14:20
이르면 내년 초 홍콩증시 상장 계획
中 당국 우려에 3월 스위스 상장 연기
해외사업 확장에 실탄 조달 '시급'
홍콩증시 부진 속 IPO 성공할까

중국 배터리왕 CATL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배터리왕 닝더스다이(寧德時代, CATL)가 이르면 내년 초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선전 증권거래소 벤처기업 전용증시인 창업판에 상장된 CATL은 최근 공격적인 해외 사업 확장으로 실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23일 로이터 계열의 금융전문지 IFR에 따르면 CATL은 당초 올해 2월 스위스 거래소에서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3월 중국 당국의 우려로 지연되면서 결국 홍콩 증시 상장을 택했다. 

이는 최근 중국 당국의 GDR 발행에 대한 심사 승인이 더 까다로워진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뉴욕 증시 상장이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스위스 증시에서 GDR 발행을 통해 상장하려는 중국기업이 늘었다.

그런데 올 들어 중국 증시가 부진하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GDR 발행이 중국 본토 주식 매도 압박을 가중시킬 것을 염려해 사실상 자국기업의 스위스 상장을 중단시키고 해외 증시 상장 규제를 강화했다. 이미 상하이·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으로선 자금 조달을 위해 홍콩증시 상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CATL이 홍콩 증시 IPO를 통해 자금을 얼만큼 조달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CATL은 공모가를 얼마로 매길지, 홍콩 증시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만한 유동성이 충분한지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CATL은 앞서 스위스 거래소에서 50억~60억 달러(약 7조8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CATL은 앞서 2018년 6월 선전증시 상장을 통해 53억5200만 위안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2020년 196억 위안, 2022년 450억 위안(약 8조1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한 바 있다.

CATL은 최근 해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실탄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독일에 이어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 CATL은 특히 헝가리 공장 건설에만 500억 위안 이상을 투입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와도 얼마 전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유럽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상태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리스타드에너지의 푸둬 부총재는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망을 통해 "홍콩 증시 상장은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에서 선두 위치를 유지하려는 CATL의 야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CATL의 홍콩 증시 상장이 성공을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면서 최근 홍콩 증시가 부진하면서다.

글로벌 컨설팅법인 언스트앤영(EY)은 올해 홍콩 증시 IPO 규모가 413억 홍콩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약 60% 감소해 20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IPO 순위도 지난해 4위에서 올해는 인도보다 낮은 6위로 추락할 전망이다.

푸 부총재는 "CATL의 홍콩 증시 상장 성공 여부는 규제 승인, 시장 정서 및 글로벌 경제 상황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최대 배터리 기업으로서 CATL의 증시 상장은 CATL 자사 발전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자본 조달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CATL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6.9%로 1위다. 올해 3분기 CATL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1% 증가한 2946억 위안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순익은 77.05% 증가한 311억 위안으로,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순익(307억 위안)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