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23일 전세계 중앙은행에서 실험이 진행 중인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해 대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아구스틴 사무총장은 "​​​​​​CBDC가 미래 통화 시스템으로 실제 도입될 경우 실물화폐에 대해 "현금은 존재해야 한다"며 존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은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초청 세미나(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미래통화 시스템)에서CBDC 실제 도입이 현재 통용 중인 실물화폐를 사라지게 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이 총재 질문에 "화폐를 발행·관리하는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CBDC와)현금은 공존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구스틴 사무총장은 일반인 관점에서의 CBDC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현금은 중앙은행이 사회에 제공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아주 오래된 낡은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도 왜 중앙은행 화폐에는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할까. 우리는 디지털 형태의 현금을 제공하는 의무가 있고 기관용 CBDC도 많은 발전의 여지가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CBDC로 신뢰를 제고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아구스틴 사무총장은 CBDC 도입에 따른 개인 간 거래 및 정보유출 리스크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여러 플랫폼에서 금융과 비금융 거래가 이뤄지고 모든 정보들이 축적돼 활용되고 있지만 중앙은행은 해당 정보에 접근하거나 분석하는 데 관심이 없다"면서 "300년여 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중앙은행이 한 번도 그 데이터를 이용하거나 필요성도 없는데 향후 화폐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대해 이 총재도 "동의한다"며 "그래서 기관용 CBDC를 개발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구스틴 사무총장은 또 현재 각국에서 실험이 진행 중인 CBDC의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디지털 유로화는 굉장히 빠르게 진척되고 있고 다른 국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 입장에서는)실패하면 안 되기 때문에 시간을 충분히 갖고 사회에서 수용될 만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준비를 잘 해서 미래에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신중한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자리에서 이창용 총재는 CBDC 도입 실험에 있어서 예금취급기관인 은행 중심의 현 프로젝트 체제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토큰예금과 관련해 비은행이나 핀테크 기업들은 실험에 참여하지 못하는 점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형평성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아구스틴 사무총장은 "비은행도 토큰시스템이나 통합원장 관련 실험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규제체계가 필요하고 금융거래가 중계기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광범위한 통합원장을 통해 참여 가능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이 CBDC 구축에 나서면서 불거질 수 있는 투기 조장 우려에 대해서는 "코인 거래는 제도적 체제가 없다"면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CBDC 도입 과정에서 선진국과 신흥국(한국) 간 격차가 확대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아구스틴 사무총장 시각이다. 그는 "기술적 측면에서 발전 여지가 많다. 특히 한국은 기술적으로 발전이 돼 있는데 이는 금융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이미 많은 부분에서 한국이 전세계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