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더 강력해진 신의방패, '정조대왕함' 올라가 보니

2023-11-22 15:52

지난 20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앞바다에 있는 정조대왕함(왼쪽)과 충남함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지난 20일 찾은 울산 HD현대중공업 앞바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에서 핵심 해상전력이 될 이지스구축함 Batch-Ⅱ 1번함 '정조대왕함'과 울산급 호위함 Batch-Ⅲ 1번함 '충남함'이 위용을 드러냈다.

'신의 방패'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지스구축함은 고성능 레이더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갖춰 광범위한 방어력을 제공한다. 북한이 지난 21일 군사정찰위성을 쏠 당시 이를 추적한 건 우리 해군 이지스함(세종대왕급)이었다. 

정조대왕은 세종대왕급 이지스함과 달리 '요격'도 할 수 있게 됐다. 탄도탄 요격미사일 운영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해군은 정조대왕함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로는 'SM-6'를 미국에서 들여오기로 했다. 

정조대왕함(170m·8200t)은 해군 구축함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세종대왕함(166m·7600t)보다 4m 더 길고, 600t 더 무겁다. 길이로 따지면 축구장 길이(100~110m) 1.7배 정도다. '미니 이지스함'이란 별칭이 있는 충남함은 길이 129m, 폭 14.8m, 3600t이다. 

이날 동해에 있어야 했던 두 함정은 언론 공개를 위해 잠시 울산에 와 있었다. 지난해 7월 HD현대중공업에서 진수한 정조대왕함은 내년 8월까지 시험평가를 받고 있다. 시험 사격 등을 통해 2년 넘는 험난한 과정을 통과해야만 해군이 이를 인수하고 취역시킨다. 

내부는 이사 준비 중인 집 같았다. 바닥에는 테니스공이 군데군데 깔려 있었다. 취역 후 장비가 들어서야 할 공간인데 걸려 넘어질 수 있어 보호 장치를 해놨단다.
 
정조대왕함 선상 [사진=HD현대중공업]

함수에는 보안을 위해 비닐로 싼 거대한 함포가 있었다. 구경(지름)이 5인치(127㎜)인 이 함포는 최대 37㎞까지 포탄을 쏴 적 함선을 공격한다. 

함미로 걸음을 옮기니 헬기 2대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격납고가 있었다. 이 헬기는 적 잠수함을 찾은 뒤 이를 격침하고 적 함정을 공격할 수 있다.  

함정 내부는 일반 상선과 비교해 삭막한 분위기였다. 창문은 없었고 격실(문)만 500개 넘었다. 현장 관계자 안내 없이는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북한군 화학탄 공격에 대비해 창문이 없다"며 "침수돼도 내부에 물이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격실을 많이 만든다"고 말했다.
 
다국적 직원이 많은 일반 상선 사업부와 달리 특수선 사업부에선 한국인이 다수였다. 외국인으로는 록히드마틴에서 파견온 일부 기술자들만 눈에 띌 뿐이었다. 

이는 엄격한 방산 보안 규정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특수선 사업부에선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없다. 그러나 연말 이후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특수선 도크장에서 건조 중인 필리핀 초계함에 한해서는 당사국 출신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당국이 허가를 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필리핀에서 함정 10척을 수주한 상태다. 이를 필두로 수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2030년에는 매출 2조원을 넘기며 현재보다 2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는 내수 위주인 특수선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 우리 해군의 전력 증강 소요가 불확실해진 데다 함정 기술 고도화로 건조와 연구개발(R&D) 비용이 크게 늘어 수익성이 나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함정 시장은 2조2000억원 규모로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가져가는 수주량은 1조원 미만인 상황이다.

대한조선학회와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세계 함정 시장 규모는 2020년 340억 달러(약 44조원)에서 연평균 2.7% 성장해 2030년 444억 달러(5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은 "호위함과 초계함뿐만 아니라 잠수함에서도 해외 잠재 수요가 있다"며 "특수선 사업 분야만으로도 독자 운영이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