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특례상장 절반 이상이 공모가 아래...'파두 사태'에 떨고 있는 증권사

2023-11-22 08:18

 
기업 가치를 뻥튀기했다며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파두' 논란에 증권가에 긴장감이 돈다. 올해 특례상장 기업 대다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매출도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제2, 제3 파두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술·성장성 특례 요건으로 신규 상장한 기업(스팩 합병상장·이전상장 제외) 26개 가운데 17개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약 65% 비중이다.

특례상장 제도는 전문평가기관에서 A등급 이상 기술평가 등급을 받거나 상장 주선인에게 추천을 받아 아직 매출이 없거나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지만 공모가보다 주가가 50% 넘게 떨어진 곳도 있다. 에스바이오메딕스, 씨유박스, 시지트로닉스 등이다. 최근 버넥트도 8200원대로 내려가면서 공모가(1만6000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이들 모두 공모가 뻥튀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월 코스닥에 상장한 줄기세포 치료제 업체 에스바이오메딕스는 2025년 예상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해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2005년 설립된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아직 개발한 신약도 없고 기술 수출 이력도 없는 만년 적자기업이다. 올해 3분기 역시 누적 영업손실 44억원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영상인식 기업 씨유박스도 2025년 당기순이익을 235억원으로 추정해 공모가를 산정했다. 이 회사는 3분기 누적 영업손실 70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에스바이오메딕스, 시큐레터, 센서뷰 등도 공모 당시 추정한 올해 연간 매출액 대비 절반도 채 달성하지 못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미래에셋증권, 씨유박스는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이 각각 대표와 공동 주관을 맡았다. 파두 부실 상장 의혹 이후 이들 증권사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특례상장 요건은 완화하되 거래정지, 상장폐지 등 문제가 발생하면 주관 증권사에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면서다. 

한국거래소도 최근 기술특례상장 시 주관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코스닥시장 규정과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특례상장을 더 보수적으로 심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문제는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감춘다면 주관사로서도 실적 부진을 인지하긴 어렵다는 것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