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2030] 영끌족 빚 폭탄에 전세사기 직격탄…'벼랑 끝' 회생 내몰렸다

2023-11-21 17:30
"자취방 전 재산인데"…전세사기 피해자 70% 청년층
빚 연체율 '역대급'…소비위축 나아가 '저출산' 우려
법원 찾아가는 2030세대..."현실적 대안 마련 시점"

#내년 결혼을 앞둔 30대 중반 최모씨는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자취방을 전세 사기당했다. 임대인 박모씨는 연락두절에 위치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 최씨는 "집주인이 사라지면서 계약금을 날리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주거 안정성'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 하나입니다. 2030 세대의 집에 대한 욕망은 어쩌면 당연한 본능의 실현입니다. 그러나 2030 청년들의 주거 안정성은 날이 갈수록 훼손되고 주거 안정감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세사기와 영끌족의 집 처분, 크게 두 가지 때문입니다.
 
'빚의 연체'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빚은 갚으면 되지만, 연체가 길어지고 이자가 쌓이면 '자포자기'의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의 회생 신청 행렬까지 길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결혼을 하라", "아이를 낳으라"고 말하지만 눈앞에는 감당 못할 빚더미만이 청년들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취방, 작지만 소중한 '전 재산'…전세사기 먹잇감 된 2030
전세사기 피해는 20~30대 사회초년생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까지 전세사기 피해로 확정된 6000여건 가운데 피해자가 20~30대인 경우는 4200여건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경제력이 취약한 사회초년생에게 2억원 안팎의 임차보증금은 '거금'이자 '전 재산'입니다.

전세사기범들은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았습니다. 층별 쪼개기 담보를 통한 임대인 대출 규모 축소와 이중 계약, 분양가 부풀리기, 신탁, 계약 종료 시 연락두절 및 도주 등 다양한 속임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아직 사회 경험과 법률‧금융 지식이 부족한 2030 세대에게는 진위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수법들입니다.

특히 전세사기의 경우 피해액을 보전받기 어렵거나 하세월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집주인이 재판받고 그 결과가 나오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을 모조리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HUG의 사정도 난처합니다. 올해 HUG가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내준 액수는 총 2조 719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전세보증금 반환 신청이 약 3배 폭증했지만 회수한 비율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2030 빚 연체율 '역대급'…"주담대 연체율 최고치"
자기 집을 소유한 2030 세대 10만여명은 지난해 집을 처분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광풍이 불며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내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고금리 상황과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눈덩이처럼 커진 이자 부담에 주저앉은 것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미만 주택 소유자는 27만 4000명, 30대는 154만 1000명으로 각각 전년보다 1만 7000명, 10만 6000명 감소했습니다.

청년들의 빚 연체도 '역대급'입니다. 고금리‧고물가로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연체율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 청년층의 19개 국내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은 1.4%로 1년 전(0.7%) 대비 2배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30대 연체율도 0.6%로 2배 상승했습니다.

특히 집과 관련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역대 최고치입니다. 금감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19개 은행의 연령별 주담대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20대 주담대 연체율은 올 6월 말 기준 0.41%로 전년 동기(0.19%) 대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30대 연체율도 0.17%로 2019년 3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한국은행도 청년층의 높은 연체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30대 이하 차주들 소득 기반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취약한 만큼 가계대출 연체율이 더 크게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2030 세대의 과도한 빚 부담이 저출산 현상을 부추기는 잠재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쌓이는 이자로 원금마저 갚을 능력이 없어지자 금융 불안과 소비 위축에서 나아가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고 심지어 포기하는 사례까지 등장한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법원 향하는 청년층 급증…'표심잡기' 매몰된 정치권
개인회생 신청 건수 [사진=아주경제DB]

회생 절차를 밟는 2030세대의 비중도 커지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9월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은 총 9만 437건으로 지난해 전체 기록(8만 9966건)을 벌써 앞질렀습니다. 현 추세라면 회생 신청이 가장 많았던 2014년의 11만 707건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개인회생 신청자 중 30대 미만 청년 비율은 2020년 10.7%에서 2021년 14.1%로 커졌고, 지난해에는 15.2%를 기록했습니다. 이은성 회생전문 변호사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함께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회생‧파산 신청자가 더욱 증가하는 추세"라며 "과거와 달리 청년층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여와 함께 회생‧파산제도의 인식 개선 및 확대도 증가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2030 표심잡기'에 나섰으나 청년층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 각종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청년층에 어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우세 지역 중 일정 지역구를 청년들만 경쟁할 수 있도록 특별지역구로 선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두 청년층을 몰이해한 아이디어라는 지적들이 쏟아졌습니다. 지금은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층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