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어촌 소멸 해법, 어촌에서 찾는다... 둔장어촌체험휴양마을 가보니

2023-11-20 18:00
전국 125개 어촌체험휴양마을, 지난해 약 130만명 방문
방문객 통해 지역 활기... 어가 보조 수입원으로도 활용

신안군 자은면에 위치한 '무한의 다리' [사진=해수부 공동취재단]
#바다 위로 무한히 뻗은 산책로를 걷는다. 무인도 사이를 연결하는 '폰테 델 인피니또(무한의 다리)'다. 밀물이 차면 바다 위를 걷는 느낌도 든다. 산책로 끝에 있는 할미도에는 확 트인 서해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바다 너머 풍력 발전기는 산, 하늘, 구름과 어우러진다. 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면 색다른 체험 공간이 열린다. 갯벌에서 백합을 캐고 전통 낚시 방법인 후릿그물(지인망)을 당기며 물고기를 잡는다. 여행 후에는 파란 지붕의 어촌계 공동숙박에서 붉게 물든 해넘이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신안군 자은면에 위치한 둔장어촌체험휴양마을(이하 둔장마을)은 37가구 62명이 거주하는 작은 어촌이다. 둔장마을은 지난 2017년 휴양마을로 지정돼 자연경관과 생태를 이용한 콘텐츠를 발굴했다. 지난 10월에는 '이달의 어촌 여행지'로 선정된 바 있다.

둔장마을은 해변이 비교적 단단해 썰물 때 발이 빠지지 않아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해안을 따라 조성한 둘레길과 함께 무인도를 연결한 무한의 다리를 따라 트래킹을 즐길 수도 있다. 흰색 담장과 푸른 지붕으로 마을을 물들여 유명 관광지인 산토리니 섬 기분을 냈다.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은 백합 캐기다. 갯벌에 묻힌 조개를 한가득 캐면서 가족과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때에 맞춰 사람이 직접 그물을 끄는 후릿그물 체험도 가능하다. 제철에는 보리새우, 꽃게, 숭어 등 현지 생물을 직접 잡아볼 수 있다.

마을 근처에는 '둔장마을 미술관'이 있다. 새마을운동 당시 주민들이 직접 세운 마을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인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마련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둔장마을을 방문한 체험객은 1592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줄었던 체험객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가의 직접적인 소득도 2021년 3233만원에서 2022년 3717만원, 2023년 4257만원 등으로 늘고 있다. 체험마을에 참여하는 가구(21가구) 하나당 연간 200만원의 추가 소득을 얻는 셈이다.

현재 전국에는 125개 어촌체험휴양마을이 278개 이상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체험객은 129만6000명이 전국 어촌체험휴양마을을 다녀갔다. 해당 사업이 활기찬 어촌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떠오르는 수출 효자 김... 양식부터 수출까지
 
신안군 압해읍 지주식 김 양식장 [사진=해수부 공동취재단]
신안군 자은면 인근에 있는 압해읍은 김 양식으로 유명하다. 바다 위에 양식용 그물(김발)을 띄우는 부류식과 달리, 갯벌에 기둥을 꽂고 그물을 걸어 김을 양식한다. 민물과 썰물이 오가면서 강한 햇볕과 바람에 노출되면 더 아삭한 물김(건조하지 않은 생김)이 만들어진다. 특히 풍부한 갯벌 영양분을 먹으며 자란다는 것이 압해읍 송공어촌계 관계자 설명이다.

송공어촌계는 72개 양식어가가 연간 올해 4641톤(t)의 물김을 수협에 위판했고 위판액은 45억200만원이다. 신안군 전체로 확대하면 연간 5만9500톤의 물김을 생산한다. 이는 전남 해남, 충남 서천, 전북 부안 등 인근 시군의 1차 가공(마른 김)이나 2차 가공(조미김, 스낵김 등) 업체로 보내져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가공품으로 탈바꿈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김 수출 규모는 2022년 기준 6억4800만 달러로 세계 시장 70.6%를 차지한다. 지난 11월 10일 기준으로는 연간 누적 수출액 7억89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2021년(6억9000만 달러)을 돌파하는 등 식품 시장에서 수출 효자상품으로 활약하고 있다.

다만 김 양식 어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많다. 김 양식은 22도 이하 낮은 수온에서 이뤄지는데 해수 온도가 점차 상승하면서 종자 개선 등 연구개발에 대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어촌계 관계자는 "지금은 수온에 맞춰서 키우고 냉동보관했다 적절한 수온에 다시 바다에 넣는 등 다양한 방법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우리가 직접 대처할 방법이 없다. 종자 개량 등을 정부에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