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칼럼] 아파트 시장의 독주, 내년까지 이어질까

2023-11-17 08:38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지금이라도 집 사야 하나요, 기다려야 하나요?” 강의를 마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질문을 얼핏 보면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작년 대비 주택가격이 상승한 것이 대세 상승인지 일시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전반적인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부동산 시장, 더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 시장만 상승 전환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022년 하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과 함께 나타난 거래 절벽과 가격 급락 현상이 올해 들어서는 같이 우상향하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보면 빠른 금리 인상 후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2008년도에는 인상 후 빠르게 금리가 인하했고(기준금리 08년 9월 5.25% → 09년 2월 2.00%), 거래량도 급증(서울 아파트 거래량, 2008년 11월 1,344건 → 2009년 7월 9,182건)했었는데, 지금은 여전한 고금리와 거래량은 장기 평균 대비 반토막 수준이라는 것은 차이점이다.

따라서 최근의 상승 전환이 추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가를 판단하려면 주요 지표 중 특히 거래량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소폭 인상되었고,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및 50년 주담대가 중단된진 상황에서 주거부담의 한계에 부딪힌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아파트 거래, 얼마나 늘었나

올해 9월까지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약 2만 8천 건이다. 작년 한 해 동안의 거래량이 약 1만 2천 건이었고, 동기간에는 9,837건이었음을 감안하면 2.8배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장기 평균(2010년 이후)인 7만 8천건과 비교했을 때는 반토막도 안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거래가 증가하면 매물이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매물도 동반 증가하고 있어서 남은 하반기 거래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지 우위 지역에 실수요 및 투자수요 집중

이번 시장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입지가 우수한 지역의 거래량이 더 빠르게 회복되면서 매매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분석해 보면, 1월부터 꾸준히 거래량이 증가한 가운데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가 속해 있는 동남권의 거래량 증가폭이 가장 컸고 매매가격 회복도 빨랐다.(9월 기준(누적)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 변동률 : 동남권 17.78, 서북권 13.69, 서남권 11.34, 동북권 10.73, 도심권 2.28)

올해 주택시장 상승 전환의 가장 큰 이유로 금리와 정책을 꼽을 수 있는데, 규제지역 해제가 지역별 규제 격차를 줄이면서 주거 인프라가 우수한 수도권, 특히 서울로 수요가 집중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투자 수요의 지표 중 하나로 보는 외지인 거래 비중 통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올해 서울의 외지인 거래는 주택가격 상승장이였던 2021년 하반기 4075가구보다 더 많은 4565가구였고 이는 전체의 26.1%를 차지한다. 권역별로 보면 서남권 27.9%, 동남권 27.8% 순으로 이남권역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고, 특히 동남권은 작년 말 17.7%에서 그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이는 외지인 거래 비중이 통계로 잡히기 시작한 2019년 이래 역대급으로 높은 수준이다.

동남권발 아파트 가격 상승, 입주물량으로 한 풀 꺾일 듯

동남권 발 아파트 가격 상승의 기세가 서서히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로 공급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2022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입주물량 절반이 동남권에 집중되어 있다. 2025년까지로 기간을 넓히면 동남권 4개구의 물량이 서울 전체의 57%를 차지한다. 특히 이번달 서초 래미안 원베일리 2990세대가 입주하고, 내년 1월에는 강남 디에이치 퍼스티어 6072세대가, 25년 1월엔 올림픽파크포레온 12천 세대가 입주 예정이다. 대단지 아파트 입주는 주변 아파트 전세 및 매매 가격에 하방 압력 요인이 될 수 있다. 과거 헬리오시티 같은 대단지 입주 후 동남권 전세 평균가격이 크게 낮아졌었는데, 상대적으로 입지 열위 지역의 하락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어 내년까지 이어질 역전세 현상과 맞물려 최근의 상승 추세 속도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동남권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어두운 경제 전망과 고금리는 지속되고 있다. 거래량이 평년 수준으로 급증하지 않는 이상 아파트 가격도 상승폭을 키워가기에는 어려울 것이고 지역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강보합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비교적 안정된 주택 시장 속에서 내집마련에 있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되, 신중한 결정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김효선 필자 주요 이력 

△NH농협은행 WM사업부 NH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