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공모주 투자, '유통주식수' 확인 필요한 이유

2023-11-17 06: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1월은 기업공개(IPO) 성수기입니다. 연내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막차를 타기 위해 몰리기 때문이죠.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제외하고 이번 달 IPO에 나선 기업은 13곳입니다. 이 중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스톰테크, 동인기연, 그린리소스, 에이에스텍 등 9곳은 수요예측을 끝냈습니다.

자외선 차단원료 제조업체인 에이에스텍은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 동안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합니다. 트랜스 제조업체 에이텀은 9일부터 15일까지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수요예측은 기관투자자 투자심리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데요, 경쟁률뿐만 아니라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확인해야 합니다.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낮은 건 해당 회사의 주식을 굳이 오래 들고 있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동인기연의 수요예측 결과를 봐도 냉랭한 투심을 엿볼 수 있는데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청약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 1141곳 가운데 상장 후 일정기간(15일~6개월)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곳은 41곳에 불과합니다. 물량 기준으로 전체의 2.6%에 그쳤어요.

아웃도어 브랜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주문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 동인기연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463곳 중 의무보유 확약을 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에서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적정 공모가를 제시하는 것 외에도 의무보유확약을 걸지만 이번엔 없었던 겁니다. 동인기연의 상장일 유통가능 주식 수는 189만주로 전체 주식 수의 31.16%입니다. 

유통가능 주식 수는 단기적으로 수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장 직후 바로 주식을 팔고자 하는 공모주 투자자는 꼭 살펴봐야 합니다. 20% 미만인 곳은 보통 찾기가 어려운데요. 공모물량만으로도 20%를 넘기기 때문입니다. 상장 당일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면 주가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겠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지난 7월 상장한 필에너지 투자자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필에너지는 이차전지 공정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인데요. 이차전지 테마 강세에 힘입어 상장 첫날에는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237%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에 상장 이튿날은 22% 넘게 급락했습니다. 120만주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죠. 이보다 앞서 지난 6월 상장한 큐라티스 역시 상장 직후 전환우선주 204만주가 875만주로, CB는 총 83억원어치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이달 IPO에 나서는 기업 중 에이에스텍을 비롯해 에이텀, 와이바이오로직스, 케이엔에스, 블루엠텍, LS머트리얼즈 등은 일반투자자 청약 일정이 남아있는데요.

전체 주식 수 대비 상장일 유통가능 주식 수를 보면 에이텀은 25.21%, 와이바이오로직스는 29.72%, 케이엔에스는 18.85%입니다. 블루엠텍과 LS머트리얼즈는 각각 33.83%, 33.91%입니다. 통상 유통가능 물량이 30%가 넘어가면 많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에 따라 유통가능 비율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죠. 주요 주주의 의무보유 확약기간도 확인해야 합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은 보통 1~3개월의 보호예수를 거는데요. 이달 IPO를 진행하는 기업도 다수의 FI들이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통가능 주식 수가 30%를 넘긴 블루엠텍과 LS머트리얼즈를 살펴볼까요. 블루엠텍은 상장 1개월 후 유통가능 주식 수가 전체의 48.24%, 2개월 후에는 54.13%가 풀리는데요. 상장 3개월 후에는 전체의 72.99%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유통됩니다.

LS머트리얼즈는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는 적어요. 공모 물량 가운데 구주 매출이 40%로, 공모 자금이 FI에 들어가기 때문이죠. 2대 주주인 케이스톤파트너스는 보유 중인 지분 일부를 이번 IPO에서 구주매출로 처분합니다. 엑시트를 사전에 하게 되는 셈이죠. FI 지분이 구주매출로 소화된 만큼 시장에 풀릴 물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공모주 투자 지표는 많지만 수급 관련 지표도 참고할 만 하겠죠. 올해 시장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은 부실한 재무성과, 오버행 등의 우려로 발목이 잡혔어요. 밀리의서재는 보호예수 해제 우려에 주가가 떨어졌고, 서울보증보험은 오버행 이슈가 걸림돌이 되며 완주하지 못했습니다. 수급 역시 투자의 척도 중 하나로 삼을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