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방안보방산포럼] 김성한 "한미 방산협력 강화 필수...북핵 위기 극복 열쇠"

2023-11-16 19:24
"미중 전략경쟁 한미동맹에 대한 도전으로 다가와"
"한미 첨단기술 공동개발 활성화...MRO 협력 적극 추진"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6일 '한미동맹 70주년 : 국방안보의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장기화 되고 있는 북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한미 양국간 방산협력 강화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미 방산협력이야말로 실질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국방안보방산포럼'에 참석해 "한미동맹은 강력한 모습을 구현하고 있지만 북핵 위기의 장기화, 미중 전략경쟁, 한국 내 민족주의와 미국 내 신고립주의적 성향 등 몇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5년 이상 지속된 북한 핵문제가 해결은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어 한미동맹에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차리리 우리가 핵을 갖고 있는 게 낫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은 "미중 전략경쟁이 한미동맹에 대한 도전으로 다가왔다"며 "한국 안보외교는 현재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집중됐지만 미중 전략경쟁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에 관한 난제를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내 민족주의와 미국 내 고립주의를 언급,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맹을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수정을 요구하거나 재해석한다고 할 수 있다"며 "2024년 미국 대선 후보 중에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구호 아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고 동맹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후보들이 있다. 이를 미국이 반대한다면 아무리 단기적 현상일지라도 한미동맹에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 해결방안으로 한미 군사동맹과 방산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켜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했다"며 "한미동맹이 기술동맹으로 발전해 나가는 토대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7월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NCG회의를 개최했던 일을 회고하고 한미 양측이 "보안 및 정보공유 절차를 개발하고 위기 및 유사시 핵 협의 및 소통체계를 확립하며 관련 기획, 작전, 연습, 시뮬레이션, 훈련 및 투자 활동에 대한 협력과 개발을 하기로 하는 등 한반도에서 핵 억제 및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업무체계를 확립했다"고 소개했다.
 
김 전 실장은 "한미 양국이 밀도 있는 실무협의를 통해 한미 양국의 '북핵 대응 공동작전계획'을 도출해내기 기대한다"며 "시뮬레이션과 같은 연습 시행 방안, 북핵 위협 및 상용 임박 시 양국 정산 간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과학기술 동맹으로서의 외연확장도 주문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전투체계가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원하는 데이터를 받아 작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전 실장은 "양국은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추진 계획 협의에 이어 행정절차가 마무리 되는 대로 한미 공급안보약정(SOSA)을 체결하기로 했다"며 "국방상호조달협정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하고 첨단 기술 공동개발 활성화 등 한국 방위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국 방산이 세계로 도약하는 현 시점에 한미 양국 간 해군 유지정비보수(MRO)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 분야 전문가들이 함정 MRO 시장 규모가 2023년 566억 달러에서 2028년 624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미국 해군은 '존스법'으로 미국 본토 이외 지역에서 미국 군함의 생산이나 정비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며 "미국은 현재 중국과의 해군 함정 건조 경쟁에서 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존스법을 개정하거나 폐기해 미 군함의 한국 내 수리를 가능케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6일 '한미동맹 70주년 : 국방안보의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다음은 김 전 실장의 기조연설 전문이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주경제 창간 16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한미동맹이 당면한 도전과 기회를 평가하고, 한미 방위산업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2023 국방안보방산 포럼’에 저를 초청해 주신 아주경제 곽영길 회장님과 오종석 사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6.25 전쟁 이후 지금까지 한미동맹은 혈맹으로 대변되는 군사동맹으로 시작해 아태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에서 외교 및 경제 분야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으로는 한반도에 적용되지만, 외교 및 경제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의 공감대 위에서 인태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지난 70년간 한반도에서 성공적으로 전쟁을 억제했으며, 평화와 안정을 위한 ‘Fight Tonight’ 태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한국은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기여했고, 주한미군의 주둔 여건을 보장했습니다. 미국은 적절한 규모의 주한미군을 주둔시켜 대북 억제를 구현했고, 북한 핵 문제 발생 이후에는 대북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동맹이라고 해서 한미관계가 순탄한 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한미 양국의 정부 성격에 따라 동맹 관련 정책의 우선순위 등이 달랐기 때문에 한미 간에는 협력과 갈등이 공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전과 갈등이 밀려올 때마다 양국 정부는 호흡을 가다듬고 체계적 극복 방안과 합리적 해결 방안을 꾸준히 모색해 온 결과 강력한 동맹과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은 강력한 모습을 구현하고 있지만, 현재 몇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북핵 위기의 장기화, 미중 전략경쟁, 한국 내 민족주의와 미국 내 신고립주의적 성향 등이 그것입니다.

첫째, 25년 이상 지속된 북한 핵 문제가 해결은커녕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은 한미동맹에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1993년도 북한의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로 시작된 1차 북핵 위기,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2차 북핵 위기, 2017년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로 표현되는 미국과 북한 간의 긴장 고조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과 2019년에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2023년 현재 과연 북핵 문제의 해결, 즉 북한 비핵화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이 한국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한미동맹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가 악화하는 걸 보면서 한미동맹을 오랫동안 지지해 왔던 분들이 한미동맹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우리가 핵을 갖거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의 숫자가 한국 내에서 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핵 위기의 장기화와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로 인해 한미동맹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었다는 것은 한미관계에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미중 전략경쟁이 한미동맹에 대한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이 역동적인 경제, 압도적 군사력, 견고한 동맹체제 덕분에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주도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중국과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해온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중 전략경쟁을 상당한 부담으로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의 안보 외교는 현재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집중되어 있지만, 미중 전략경쟁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에 관한 난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셋째, 한국 내 민족주의와 미국 내 신고립주의 경향 또한 한미동맹에 도전입니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분단국의 특성상 보수 정부보다 진보 정부 시기에 더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진보적 민족주의 세력은 한반도 문제를 국제협력보다는 남북협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자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보수세력 중에서도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맹을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수정을 요구하거나 재해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신고립주의 성향도 한미동맹에 대한 도전입니다. 물론 현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주의적 외교를 하고 있지만, 2024년 미국 대선 후보 중에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구호 아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고 동맹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후보들이 있습니다. 자유무역과 동맹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와 상당한 거리를 둔 신고립주의가 미국내 상당수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동맹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기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미국이 반대한다면 아무리 단기적 현상일지라도 한미동맹에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현재 한미 양국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세 가지 도전을 기회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북핵 도전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켜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했습니다.

미중 전략경쟁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의 첨단기술 협력 기조를 명확히 하였고, 이를 통해 한미동맹이 기술동맹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습니다. 물론 한국은 중국과도 경제, 환경, 공중 보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내 민족주의 고조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과 행동으로 대처하고, 미국의 신고립주의적 도전은 한일관계 개선에 이은 한미일 협력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최대 수혜자인 한국과 일본은 미국 조야에 신고립주의는 미국의 국익을 떠받치고 있는 동맹체제 유지에 보탬이 안된다는 점을 함께 역설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한미동맹의 핵심은 군사동맹입니다. 군사동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나 기술 분야로 동맹의 외연이 확대되면 동맹의 본질이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가장 중요한 사안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입니다. 북한의 핵무기를 결국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선 한미가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 재래식, 미사일방어 능력 등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은 북핵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한미 양국의 공감대였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나토의 핵기획그룹(NPG) 사례를 다각도로 검토한 후, 미국의 핵 운용체계에 우리가 접근해 ‘일체화된 확장억제 시스템’을 수립하는 방안으로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에 합의했습니다. 미국은 지금까지의 '신비주의'에서 벗어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핵무기 운용체계에 관해 구체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워싱턴 선언'을 통해 밝혔습니다.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NCG를 설립한다고 워싱턴 선언에 명기한 것입니다.

지난 2023년 7월 18일 첫 NCG 회의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됐습니다. 한미 양측은 보안 및 정보공유 절차를 개발하고, 위기 및 유사시 핵 협의 및 소통 체계를 확립하며, 관련 기획, 작전, 연습, 시뮬레이션, 훈련 및 투자 활동에 대한 협력과 개발을 하기로 하는 등 한반도에서 핵 억제 및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업무체계를 확립했습니다. 

특히, 한미 양국은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재래식) 지원의 공동기획과 실행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핵 능력과 우리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합쳐 미국만이 아니라 한미 양국의 확장억제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 것입니다.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3축 체계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였습니다.

양국 간 긴밀히 공유할 정보공유 목록, 공동 기획 지침, 향후 양국이 시행할 도상 훈련 및 시뮬레이션과 같은 연습 시행방안, 북핵 위협 및 사용 임박 시 양국 정상 간 협의절차, 그리고 전략자산을 포함한 핵전력 전개 및 배치방안 등이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밀도 있는 실무협의를 통해 한미 양국의 ‘북핵 대응 공동작전계획’을 도출해내길 기대합니다.

두 번째는 한미동맹의 능력을 제고해야 합니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면서, 연합방위체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연합방위를 주도하기 위한 한국의 자체 능력을 증진해 나가야 합니다.

수도권 및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방어 능력을 촘촘히 구축하고, 북한 도발 시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응징 보복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감시정찰(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능력이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기반이라는 점입니다. 감시정찰은 전장에서 눈과 귀 역할을 담당하는 무기체계입니다. 우리 군은 육·해·공·우주의 감시정찰 장비를 통해 표적 정보를 신속히 획득함으로써 정밀한 군 작전을 수행하게 됩니다. 적의 움직임을 정확히 식별할 수 없는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대로 방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해 나갈 때 필수적인 사항은 이른바 탐지-식별-타격 측면에서 ‘감시주기’와 ‘(타격) 결심시기’를 단축할 위성 체계 확립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한미동맹은 과학기술동맹으로 진화해 나가야 합니다. 첨단과학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여 과학기술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 안보, 과학기술 영역으로 동맹의 외연을 확대하고, 한미 간에 우주, 사이버, 국방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여 과학기술동맹으로의 발전을 견인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한국이 자체 개발하고 응용한 과학기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없을 땐 동맹을 통한 미국의 도움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한미 방위체계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과 상호교환성(interchangeability)을 추구해야 합니다. 한미연합군 간 특정 서비스, 정보, 데이터를 막힘없이 공유하고 교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및 글로벌 정보통신기술 환경이 변화하고 있으므로, 이를 감안하여 ‘플랫폼 중심’에서 ‘네트워크 중심’으로 상호운용성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각종 무기체계에 축적된 데이터를 전군이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중심 서비스를 구현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AI와 Big Data를 기반으로 모든 전투체계가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원하는 데이터를 받아 작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토의 주제 중의 하나는 한미 방산협력입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올해 7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간 방산 분야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제48차 방산기술협력위원회를 개최하였습니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개최된 이번 위원회에는 공동위원장인 한국 방위사업청장과 미국 국방부 획득운영유지 차관, 그리고 양국 방산정책 관련 주요 직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양국은 주요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추진계획 협의에 이어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한미 공급안보약정(SOSA)을 체결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재·부품 공급망 관리와 함정사업 MRO(운용정비) 분야에 관한 협력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이 ‘첨단기술동맹’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지속가능한 핵심기술을 공동 연구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발굴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는 2022년 5월 20일에 개최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과 2022년 7월 26일 국정과제에 반영되어 민관 합동으로 추진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범정부 TF가 작년 10월에 출범한 바 있습니다. 그간 국방상호조달협정을 체결한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하고, 우리 산업에 대한 영향, 국내 방산업체 보호대책 등을 강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미 양측 간에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국방상호조달협정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방산시장에 진출하고, 글로벌 공급망 참여 기회가 확대되며, 그리고 첨단기술 공동개발 활성화 등 한국 방위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최근 우방 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방산협력 구조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에 있으므로, 미측에게는 동맹 강화 차원에서, 우리 업계에는 단기보다 장기적 측면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방산이 세계로 도약하고 있는 현 시점에 한미 양국 간 해군 유지정비보수(MRO)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 국내 조선사들이 함정 수출을 넘어 MRO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함정 설계와 건조뿐만 아니라 수리정비까지 지원한다는 점을 내세우면 수주 경쟁력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함정 수주에서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은 유지보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함정 MRO 시장 규모가 2023년 566억 달러에서 2028년에는 624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한미 MRO 협력에 깊은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해군의 경우 이른바 ‘존스 법(Jones Act)’으로 인해 미국 본토 이외의 지역에서 미국 군함의 생산이나 정비를 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미국이 현재 중국과의 해군 함정 건조 경쟁에서 뒤지는 상황이므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 국내적으로 존스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본토 내에서 전함 수리 시설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으므로 한미동맹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존스법을 개정하거나 폐기해 미 군함의 한국 내 수리를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및 수리정비 역량을 갖춘 한국을 활용하면, 미국은 정비 및 수리에 장시간을 소비해 전력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예산도 절감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한미 방산협력이야말로 실질적이고 윈윈할 수 있는 협력이라고 하겠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국방안보방산 포럼의 캐치프레이즈가 "놀라운 성공의 역사 위에 위대한 미래를 쓰다"입니다.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동맹을 통해 안보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뤘고, 마침내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하였습니다. 전후 미국이 안보 우산을 제공하고 경제적 도움을 준 나라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한 ‘롤 모델’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미 양국 모두가 처한 지정학 및 지경학적 환경이 매우 험난하고 복잡하기에 한미동맹은 필요하고 지속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도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할 때 실현 가능성에 더욱 신속히 접근할 것입니다. 성공한 역사 위에 위대한 미래를 쓰는 작업은 오늘 개최되는 국방안보방산 포럼과 같은 집단지성이 축적되어 나갈 때 성공적인 미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