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비전 제시한 習 "미래는 밝다"···대만·美제재엔 단호

2023-11-16 12:04
샌프란 APEC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시작 '화기애애'···곧장 경제문제 화두 돌린 習
대만문제·美제재엔 '단호'··"中정당이익 훼손"
미·중 관계 새 비전 '다섯 개 기둥' 언급
軍소통 재개·마약단속·기후변화 대응 등 합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기후변화부터 마약 단속,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공동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구는 중·미 양국이 성공하기에 충분히 크고, 한 나라의 성공은 서로에게 기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1년 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 이후 1년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 2시간가량 이어진 회동에서 "양국 관계 미래는 밝다"며 향후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대만 문제·미국의 제재에 대해선 날을 세웠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중·미 관계의 전략성·전반성·방향성과 세계 평화와 발전과 관련된 주요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시작은 '화기애애'···곧장 경제문제로 화두 돌린 習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피롤리 정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오른쪽 셋째)과 시진핑 주석(왼쪽 넷째)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국 측에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존 케리 대통령 기후 특사 등이, 중국 측에서는 차이치 당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당중앙외사판공실 주임, 장진취안 당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왕원타오 상무부장, 란포안 재정부장 등이 배석했다. [사진=UPI·연합뉴스]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유명 관광지, 피롤리 정원에서 두 정상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회담을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은 12년 전 바이든 대통령과 각각 중국 국가부주석, 미국 부통령 신분으로 중국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던 과거를 회고하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시 주석과의 대화는 언제나 솔직하고 허심탄회하다며 모두 발언을 시작했다. 

대만 연합보는 "두 정상은 모두 발언에서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대만·인권·우크라이나 전쟁·중동 등 민감한 화제는 언급하지 않고 우호와 미래 비전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곧바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모멘텀은 여전히 ​​부진하다"며 경제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전 세계 산업·공급망은 여전히 ​​중단될 위협이 있고, 보호무역주의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모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로, 전 세계의 100년 만의 대변화라는 넓은 맥락에서 인식하고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갈등과 대결은 양국 모두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상호 존중, 평화 공존, 상호 호혜의 자세로 이견을 극복하고 두 강대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중·미 관계 미래는 밝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만문제·美제재엔 '단호'···"中정당한 이익 훼손"
시 주석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직결되는 대만 문제나 미국의 제재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특히 그는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대만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항상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긍정적인 태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중국을 겨냥한 각종 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등으로 최근 중국 경제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음을 의식한 발언이다.  

시 주석은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고품질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조치를 취하고, 일방적인 제재를 해제하고 중국기업에 공평·공정·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시 주석은 앞서 1년 전 발리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4불(不) 1무의(無意)’ 발언도 재차 상기했다.

4불 1무의는 미국이 중국에게 하지 않을 것 네 가지와 의도가 없는 한 가지를 정리한 것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의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에 반대하지 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의도가 없다고 발언했다. 
 
미·중 관계 새 비전 '다섯개 기둥' 제시
동시에 시 주석은 미·중 관계가 향후 새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양국이 함께 다섯 개 기둥(五根支柱)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바른 인식 확립 ▲갈등의 효율적 통제 ▲상호호혜 협력 추진 ▲대국으로서 책임 부담 ▲인문교류 확대가 그것이다. 

실제로 양국은 이날 대만해협·남중국해 등 분쟁 지역에서 의도치 않은 무력 충돌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양국 간 군사 대화를 회복하기로 했다. 양국 군대의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 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한 것.

안보나 국익 등과 관련이 적은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상호호혜 협력 방면에서 시 주석은 경제·무역·농업 등 전통적인 협력 분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마약 단속, 사법 집행, 과학기술 및 기타 분야에서 협력할 것을 제안했는데, 실제로 이날 양국 정상은 정부 간 AI 대화를 구축하고 마약 방지 협력을 위한 실무그룹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인문교류 추진 확대를 위해서도 양국 정상은 내년 초 항공편을 대폭 증편하는 한편, 교육·유학생·청년·문화·스포츠·비즈니스 등 각 분야에서 교류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전날엔 양국이 기후위기 공동 대응 강화를 약속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문제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는 14일 ‘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2020년대 기후 행동 강화 워킹그룹’ 가동, 에너지 정책·전략 대화 재개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무 협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