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수빈 밴플 대표·박수진 부대표 "오지탐험·캠핑, 한국서 즐길 순 없을까…여행 취미를 창업으로 연결했죠"

2023-11-17 00:00
국내 로드트립 이해도 인프라 부족…캠핑카 공유 플랫폼으로 사업 출발
팬데믹에 캠핑시장 7조 규모로 급증…필요한 정보 올려 커뮤니티 맵 성장
지역관광 활성화 일조 '벤처 우수상'…올해만 67곳 차박·캠핑사이트 발굴
내년 '프리미엄 멤버십' 수익모델 창출…국경 초월 로드트립 문화 확산 목표

조수빈 밴플 대표(왼쪽)와 박수진 밴플 부대표가 인터뷰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내에도 아름다운 곳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국경을 초월한 사용자들이 하나가 돼 재미있는 로드트립(Road Trip)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로드트립 커뮤니티 맵 플랫폼 ‘밴플’의 조수빈 대표와 박수진 부대표가 지난 2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다. 
 
조수빈 밴플 대표는 평소 오지 탐험이나 캠핑 등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을 즐겼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근처 사막 지역을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로드트립을 접하게 됐고, 로드트립 매력에 빠졌다. 한국에서도 이런 로드트립을 즐기고 싶었지만 관련 인프라가 마땅치 않은 것이 몹시 안타까웠다.

안타까움은 '로드트립 인프라를 한국에 구축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곧 사업으로 연결됐다.

이후 코이카(KOICA)에서 같이 근무했던 박수진 부대표와 함께 2020년 6월 ‘밴플’을 설립, 꿈을 향한 발걸음을 떼게 됐다.

조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퍼진 ‘로드트립’과 ‘밴 라이프’ 문화, 그리고 그 문화가 지향하는 가치에 깊이 공감했고 이 문화를 확산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수빈 밴플 대표가 밴플 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평소 좋아하던 여행을 사업으로 연결 ‘덕업일치’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캠핑’과 ‘차박(자동차 숙박 캠핑)’ 등 ‘로드트립’ 문화를 한국에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로 사업을 시작했다. 로드트립은 차량, 오토바이, 캠핑카 등 이동 수단을 활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떠나는 여행을 말한다.
 
사업 초기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조 대표는 “2020년 1월 ‘로드트립’과 ‘차박’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던 터라 사업 검증 공모전에서 이를 설명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게다가 국내에는 차량 개조에 규제가 많았다. 이 때문에 초반에는 캠핑카 공유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기간 ‘차박’과 ‘캠핑’ 인기가 치솟으면서 2019년 3조원 수준이던 국내 캠핑 시장 규모는 지난해 7조원까지 급증했다. 전 세계적 위기였지만 이는 밴플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밴플은 사용자들이 차박캠핑과 카라반캠핑 등에 필요한 장소와 정보는 물론 날씨 예보 등을 직접 올리며 ‘로드트립 커뮤니티 맵’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로드트립을 즐기는 사람들이 캠핑장에 실제로 방문하고 그 정보를 플랫폼에서 공유하면서 함께 키워 나간 셈이다.
 
박 부대표는 “로드트립은 특성상, 장소의 변수가 많다. 예를 들면 계절에 따른 공공화장실 개방 여부나 갑자기 어떤 이유로 이용하지 못하게 된 장소 등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명확하지 않은 정보로 인해 여행을 중단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안전 이슈도 생길 수 있는데 커뮤니티 매핑 요소가 더해지면서 여행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밴플은 활용하기 어려운 지역 내 유휴공간을 재탄생시키면서 ‘지역 관광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었다. 올해 지역자치단체 등 요청으로 농지나 폐교, 유휴 주차장에 구축한 신규 사이트만 67곳에 이른다.
 
덕분에 밴플은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 패키지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2022년에는 한국관광공사 초기 관광벤처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박수진 밴플 부대표가 밴플 사업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내 넘어 해외 시장 진출 목표… 인·아웃바운드 관광도 추진
박 부대표는 ”로드트립이나 밴 라이프가 해외에서는 익숙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가 문화를 만들어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며 “해외 진출은 물론 다국어 서비스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업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향후 로드트립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로드트립과 연관성이 높은 아웃도어 시장의 경우 국내에서 7조원 규모를 넘어섰고 지속해서 성장 중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차박이 가능한 형태의 신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SUV가 현재 신차 판매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이미 차박은 한국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로드트립에 필요한 차량과 용품은 고가이기 때문에 한번 구매하면 장기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또한 명확한 취향 시장이기 때문에 반짝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트립 시장에 관한 규제도 지속적으로 완화되는 추세다. 그는 “차량 개조에 관한 규제 문턱 역시 낮아지면서 보유하고 있는 데일리카를 캠핑에 용이하도록 손쉽게 탈바꿈시킬 수 있게 됐다”며 “규제 완화로 인해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차박 장소가 개발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밴플]
두터운 마니아층 기반으로 꾸준한 성장… 내년 서비스 확장
로드트립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면서 밴플도 꾸준한 외형 성장을 이루고 있다. 밴플은 지난해 AOS 앱에 이어 올해 4월 iOS 앱을 출시하면서 모든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올여름에는 밴플에서만 예약할 수 있는 차박지와 캠핑장, 빈티지 카라반 장소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밴플은 올해만 전국 67곳의 신규 차박지 및 캠핑사이트를 발굴했고, 현재 지속적으로 추가해 나가고 있다.
 
박 부대표는 “올 3분기에는 밴플 지도 안에서 로드트립을 하는 누구나 로드트립 장소를 직접 등록하고 방문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시 직후 사용자와 월간 이용자 수(MAU)가 대폭 증가했다”며 “밴플 맵 안에서 사용자에게 노출된 핀의 개수만 약 15만개에 이른다. 국내 최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밴플은 현재 호스트와 사용자 사이 중개 수익을 메인으로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수익 구조도 다변화한다. 조 대표는 “중개 특성상 수수료 비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 창출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내년에는 프리미엄 멤버십을 선보이고, 멤버십 광고를 통해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또 방한 외국인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로드트립을 즐길 수 있는 방한 관광 서비스와 내국인이 해외에서 로드트립을 할 수 있는 상품도 올겨울 테스트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멤버십 상품은 밴플의 독점 차박지나 가오픈 차박지의 우선 이용권, 장박 기회 보장, 신규 노지 위치 알림, 노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모드 등 밴플의 주요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기능 위주로 구성할 계획이다. 멤버십과 광고는 올겨울 준비해 내년 봄 성수기 시즌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수진 부대표는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보람이 크다”면서 “앞으로도 진정성을 갖고 한국에 좋은 로드트립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 추후 해외 진출은 물론 다국어 서비스도 곧 나올 예정이다. 우리나라 사용자와 글로벌 사용자들이 모여 재미있는 로드트립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