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AI, 반도체 업사이클 기대감 솔솔...삼전·SK하닉, 공격적 투자로 초격차 페달

2023-11-16 07:4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까지 약 24조원을 연구개발비로 쏟아부으며, 기술 초격차를 위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AI(인공지능)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2026년까지 이어질 반도체 업사이클(호황기)을 맞아 최첨단 반도체 기술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구개발비(R&D)로 7조100억원을 투자, 지난해 3분기(6조2700억원) 대비 12.9%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까지 누적 연구개발투자비용은 20조7999억원으로 지난해 18조4556억원(3분기 누적)보다 12.7% 늘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에서 올해 10.9%로 2.0%p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중은 2020년 9%에서 2021년 8.1%, 2022년 8%로 하락한 뒤 올해 10%대로 올라서면서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시설투자금액도 총 36조6997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90% 이상을 반도체 사업부인 DS 부문의 신·증설과 보완에 투입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까지 누적연구개발비로 3조1355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3조6368억원)와 비교해 소폭 줄었지만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9.8%에서 올해 14.6%로 1년 만에 4.8%p증가했다. 같은기간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 증가 등에 투입한 투자 금액은 4조1980억원으로 집계됐다.
 
양사가 연구개발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배경에는 초거대 AI 시대 진입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기술 경쟁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I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은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올해 20억4000만 달러(약 2조6500억원)에서 2028년 63억2150만 달러(약 8조1875억원)로 5년 내 201% 성장할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바탕으로 최근 초고성능 HBM3E D램 '샤인볼트'를 개발해 공개했다. 샤인볼트는 데이터 입출력 핀 1개당 최대 9.8Gbps(초당 기가비트) 성능을 갖춰 초당 1.2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로, 최근 AI서비스를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구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존 제품 대비 속도를 30% 올리고, 소비전력 효율을 20% 개선한 모바일 D램 'LPDDR5X', 고용량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메모리, 탈부착 가능한 차량용 SSD 등도 올해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다.
 
SK하이닉스도 최고속 모바일용 D램인 'LPDDR5T'와 'LPDDR5X 24GB 패키지', HBM D램 제품인 12단 적층 HBM3과 HBM3E를 공개했다. 12단 적층 HBM3은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신제품이다. HBM3E는 HBM3의 확장된 버전으로 초당 최대 1.15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으며, 열방출이 기존 제품 대비 10% 이상 개선됐다.
 
다가오는 반도체 업사이클도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적극 늘리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간 수익성이 떨어진 범용 D램과 낸드 감산을 확대하면서 가격을 안정시켜왔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D램 감산에 따른 공급물량 감소로 올 4분기 D램 대규모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약 3~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익성이 낮은 구형 반도체는 감산하는 반면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반도체는 생산량을 늘리는 등 안정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면서 "AI 시장 확대에 필연적인 HBM은 단가와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반도체 업사이클이 이어지는 오는 2026년까지는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