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그 후下] '백신 피해' 법안 20여개 폐기 목전..보상 희망조차 사라지나

2023-11-16 13:16

 

코로나19 백신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지난 1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제공]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발병하고 지난 5월 종식을 선언하는 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 12월부터 2021년까지 각 국가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했다. 긴급 사용 승인된 백신 접종으로 우려했던 대로 대규모 이상반응자가 발생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자 21대 국회는 피해자 보상을 위한 법안을 약 20개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가 법안 발의만 하고 통과에는 손을 놓은 상태라 법안들은 21대 국회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 직전에 놓였다. 법조계와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예방 접종에 따른 이상반응 시 입증책임 전환, 인과성 완화 등 내용을 담은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韓, 백신 부작용 인정 단 1%···佛·獨은 인과성 '추론'으로 보상

16일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2655명 발생했다. 이 중 피해보상 신청을 한 사람이 1600~1650명인데 정부가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는 18명에 불과하다. 1.09%에 불과한 수치다.

인과관계를 인정해 피해 보상을 한 사례가 극히 드문 이유는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의료사고 발생 시 인과성 입증책임은 의학적 지식이 없는 환자 측에 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국민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백신 부작용 등이 발생하면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접종 후 이상반응자가 나오자 정부는 이들에게 입증책임을 지우고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 보상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지난해 7월 정부는 백신 피해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사망했는데 부검 후에도 사망 원인이 불명이면 위로금을 최대 3000만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조계와 피해자들은 정부 '지원'이 아닌 법률에 따른 '보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본적으로 입증책임을 환자가 아닌 정부로 전환하고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관계를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백신 접종으로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추론'만으로도 그 인과성을 인정해 보상하고 있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입증책임 전환이나 '추론' 정도만으로도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을 인정해주는 방식은 인정하지 않고 지원 대책만 내놓는 것은 '억울한 사람이 많으니 위로금 받고 떨어져라'는 식"이라며 "추후 비슷한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지금과 같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으로 입증책임 전환, 인과성 완화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피해자 '구걸인' 취급···'입증책임 전환·인과성 완화' 법개정 해야"

백신 접종 직후 이상반응이 속출하자 국회는 2021년부터 피해 보상 관련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 보상 특별법 제정안 3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16개다.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와 관련한 분쟁 해결에서 입증책임은 질병관리청장이 부담한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인정 여부 결정에 있어 명백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생명 또는 건강상 피해를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질병관리청과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피해에 대한 지원까지는 가능하지만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인과성을 넓게 인정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국회 역시 법안을 우르르 발의만 하고 법안 통과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회기 내에 통과되지 못한 법안은 국회의원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다.

이인재 의료 전문 변호사는 "국가가 '백신패스' 정책을 시행해 모든 국민이 스스로 백신 투약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강제적으로 백신을 투여받았다"며 "강제로 백신을 투여받고 중대한 이상반응이 발생했다면 명확한 다른 원인이 없는 한 인과성을 인정하는 것이 보편타당하다"고 말했다.

코백회에 꾸준히 법률 지원과 자문을 해주고 있는 황필규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생명안전특별위원회 위원)는 "대선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대선 후보들과 선거운동본부에서 입증 책임이 전환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 놓고 이제 와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며 백신 접종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자들을 마치 '구걸인'으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 피해와 관련된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백신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겼을 때 '원인불명' 정도만 돼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라며 "이를 어기고 의학적·과학적 기준만 들이대는 정부 방식을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