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도 위스키 시장, FTA로 문 열리나…주류세 인하 촉각

2023-11-15 15:23
고온다습 기후에도 위스키 제조 성공
중산층 성장하면서 위스키 소비도 증가
FTA 조율 중 영국 출격 대기





 
위스키 [게티이미지뱅크]


인도 위스키 시장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지난 10년 동안 위스키 소비가 200% 이상 성장해 세계 최대 위스키 소비국으로 등극했다. 술을 멀리하라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교리도 14억 인구가 뒷받침하는 인도의 거대한 내수 시장을 잠재우지 못했다. 

주요 위스키 제조국들은 인도 위스키 시장의 잠재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최대 위스키 소비 국가지만,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는 영국, 미국산 위스키가 본격적으로 진출을 해 본 적이 없는 기회의 땅이다.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위스키 소비자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를 키운다. 

이에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전통의 위스키 제조국들의 인도 위스키 시장 공략이 시작되고 있다. 이들 중 인도 시장 공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영국이다. 영국-인도 자유무역협정(FTA) 결과에 따라 위스키에 적용되던 관세가 인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하지만 인도 위스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관세와 주류세 적용 규모, 불법 술 유통으로 인한 피해 등 난관들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고온다습 기후에도 위스키 제조…최대 소비 국가로 발돋움
인도가 위스키 최대 소비 국가로 발돋움했다. 최근에는 인도 인드리 위스키가 '세계 최고 위스키'상까지 받으면서 시장의 크기와 위스키의 품질 모두 인정받기 시작했다. 

인도 현지 매체 이코노믹타임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인도 위스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뿐만 아니라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도 인도 위스키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인도의 스카치 위스키 수입량은 총 2억 1900만병으로 전년 대비 60%나 급증한 가운데 프랑스(2억500만병)를 제치고 1위 위스키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인도의 1인당 위스키 소비량은 많지 않지만 압도적인 인구가 위스키 수입을 키우고 있다. 1인당 연평균 위스키 소비량은 1리터 초반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14억의 인구를 곱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위스키 브랜드 10개 중 6개가 인도 브랜드일 정도로 위스키 시장이 커졌다. △맥도웰 넘버원 △임페리얼 블루 △오피서스 초이스 △로열스태그 △해이야드 △8PM △블랜더스 프라이드 등이 그것들이다. 상위 10개 브랜드 중 인도산이 아닌 것은 조니 워커, 잭 다니엘, 짐빔, 제임슨뿐이었다. 

과거 인도는 위스키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온이 높고 습도가 건조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위스키로 유명한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서늘한 기온과 적절한 습도 조건 하에 오크통에서 오래 보관하며 위스키를 만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서늘한 기온과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 10년이 지나도 술이 거의 증발하지 않지만 인도에서는 그게 불가능한 것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원액이 1~2% 증발할 때 인도나 대만은 15~20% 증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높은 기온, 들쑥날쑥한 습도 같은 특성은 인도 위스키 고유의 맛으로 재탄생시켰다. 인도의 기온은 여름에 섭씨 40도가 넘고 겨울에도 섭씨 2도를 오르내린다. 날씨가 더운 탓에 위스키는 빨리 숙성된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숙성 속도가 4배 가량 빠르다고 보고 있다. 북인도에서 10년 숙성된 위스키는 30~40년 숙성된 위스키와 비슷한 맛을 낸다.

스코틀랜드 위스키와 사용되는 보리가 다른 점도 맛의 차이를 만들었다. 인도 위스키는 6줄 보리를,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2줄 보리를 사용한다. 6줄 보리는 2줄 보리와 달리 전분이 적고 껍질이 많아 뻣뻣하다. 대신 위스키 가공 후 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알코올 중독→세련된 이미지'…발리우드 영화서 위스키 이미지 재탄생 
인도 위스키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청년층 내 위스키 소비의 유행과 프리미엄 위스키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이 거론된다. 

호주 ABC 방송은 인도 사회가 전통적으로 음주에 엄격하지만 수백만의 도시 청년들 사이에서는 음주 문화를 즐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좋아지고 시장도 커지면서 새로운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ABC방송은 인도 발리우드에서 음주를 묘사하는 내용도 바뀌었다고 전했다. 과거에 음주 행위는 알코올 중독으로 빠지는 모습으로 영화에 주로 나왔지만, 1980년대쯤부터 위스키는 세련된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인도 정신의학 저널 연구팀은 2000년대 발리우드 영화에 특히 클럽, 바 등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많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제주류연구기관(IWSR)은 인도 위스키 시장의 성장 동력을 고급화에서 찾았다. IWSR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프리미엄 위스키 판매량이 20배 증가했고, 특히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두 배 가량 늘었다고 분석했다. 인도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두터워진 영향이다. 

IWSR이 주목한 것은 인도 내 싱글 몰트 위스키 판매다. 인도 싱글 몰트 위스키 판매량은 2020년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실제 인도 위스키 시장은 과거 블랜디드 위스키나 사탕수수를 섞은 위스키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고급 위스키로 평가받는 싱글 몰트 위스키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반면 '불법 술'의 암시장 유통이나 과도한 주류세는 인도 주류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평가된다. 인도 주류 협회는 인도 전체 술의 40%가 불법으로 생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술은 인도 술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류세의 경우, 주류의 원산지에 따라 세율이 다르지만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는 주류세가 세수의 21%를 충당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인도 FTA, 위스키 두고 줄다리기…150% 주류세 사라질까
인도 위스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전통의 위스키 강국 영국이 진출을 노리고 있다. 위스키 원산지로 불리는 영국이 150% 관세를 피할 수 있을 지가 진출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인도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위스키 주류세를 두고 양 측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있다. 영국은 위스키 수출의 관세를 인하하려고 하고 인도는 이를 대가로 인도인 비자 면제 등 다른 조건을 얻어내려고 한다. 

인도 정부는 향후 2주 안에 스카치위스키 관련 관세가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도는 수입산 스카치위스키에 대해 1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영국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이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2023 회계연도 위스키 수입이 10년 전 대비 4배 가량 늘어난 만큼 관세가 인하되면 위스키 수입량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FTA로 위스키에 대한 세금이 인하되면 인도 위스키의 대영국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인도 위스키는 지금까지 수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영국, 싱가포르 등이 인도 위스키의 주요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