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해제된 구본무의 '롤렉스'와 '아와모리산 소주'...LG家 '쏜다'
2023-11-14 16:12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정상에 오르면서 25년 이상 잠겨있던 LG그룹의 '유산'도 봉인 해제됐다.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이 1995년 우승을 다짐하며 함께 마시기로 했던 아와모리산 소주와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에게 선물하려고 1998년부터 준비했던 롤렉스 시계가 그 주인공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금고에 25년간 보관됐던 이 시계는 롤렉스사의 단종된 금색 데이-데이트(day-date) 모델로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두 번째 우승을 거둔 후 다음 우승을 기약하며 해외 출장길에서 이 시계를 구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입가는 4400여 만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구 전 회장은 1998년 이 시계를 구매하며 "우승을 하면 MVP에게 시계(롤렉스)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롤렉스 중에서도 고가 모델로 꼽히는 데이-데이트는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 '품격을 담은 시계', '명사의 시계'로 불린다. 롤렉스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서브마리너'가 다이버 워치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출시 당시부터 기능성보다는 고급 워치로 승부해 인기를 끌었다. 1963년 11월 제 3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린든 베인스 존슨이 공식 석상에서 데이-데이트를 즐겨 착용하면서 '프레지던트'라는 별명도 붙었다. 지금 가격은 모델별로 상이하지만 평균 5000만~8000만원대다. 구 선대회장이 구입한 플래티넘(백금)과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모델은 1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LG가의 '야구사랑'은 남다르다. 야구에 진심인 구 선대회장의 우승 염원을 보여주는 또 다른 것은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다. 구 선대회장은 1994년 우승 당시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장을 방문해 선수단과 아와모리 소주를 마시며 축배를 들었다. 구 선대회장은 1995년 시즌을 앞두고 "또 우승하면 이 소주로 축배를 들자"며 항아리에 담긴 아와모리 소주 세 통을 공수해왔으나 LG가 1994년 이후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면서 소주는 29년간 봉인됐다. 이 술은 현재 LG챔피언스파크 숙소 사료실에 보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1995년 구입한 소주는 처음엔 세 통이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증발해 몇 년 전 4L 항아리 한 통에 합쳐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현재 4분의 3 정도 남아 있다고 하는데 마실 수 있는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