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다"…봉쇄된 가자지구 병원

2023-11-13 17:47
사상자 급증 속 의료시스템 붕괴
WHO "안전해야 할 병원, 절망의 현장됐다"

11월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한 병원에서 어린이가 울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팔 전쟁으로 사상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가자지구 내 의료 시스템까지 붕괴됐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알시파 병원 등 대형 병원들은 나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절망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주요 병원인 알시파 병원과 알쿠드스 병원 두 곳은 연료 부족과 격렬한 폭격으로 문을 닫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비극적이게도 환자 사망자 수가 많이 늘었다”며 “알시파는 더 이상 병원으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썼다. 그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며 “안전한 피난처여야 할 병원이 죽음과 황폐, 절망의 현장으로 변하는 동안 세계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병원인 알쿠드스 병원도 문을 닫았다. 국제적십자연맹 대변인은 “알쿠드스 병원은 지난 6~7일 간 세상과 단절됐다”며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 병원은 현재 물, 약품, 연료가 동났다.
 
알시파 병원을 포함한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병원들은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환자들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이다. 알시파에서는 격렬한 교전과 정전으로 신생아 3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 병원 아래에 하마스의 지하터널망이 구축돼 있다고 주장한다.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휴전을 촉구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 정상 회의에 참석한 후 영상을 통해 "휴전이 조만간 이뤄져야 한다”며 “인도적 지원 규모를 늘리고 평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OC에서는 “(국제 형사재판소가) 이스라엘이 저지르고 있는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하마스가 병원과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러한 적대 행위는 병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민간인과 의료진에게 끔찍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가 전투기와 무기 저장을 위해 병원과 기타 민간 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쟁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총격전으로 무고한 민간인들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포화에 말려드는 상황을 보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이스라엘군과 이에 대해 활발한 대화를 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북부 병원의 서비스 붕괴와 통신 두절로 인해 현재 사망자 집계를 중단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가자지구 주민 1만1078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40%가 어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