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타트업 혁신 꺾는 기술탈취, 처벌기준 재정비해야
2023-11-12 14:19
K-스타트업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혁신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며 활동 범위를 점점 넓히고 있다.
하지만 위상이 높아진 만큼 위험도 따른다.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의 인력이나 기술을 빼가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기술탈취와 분쟁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상담 요청은 매년 6000건 이상이다. 통합 상담 건수는 2018년 5724건, 2019년과 2020년 각각 6152건, 6541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대표적인 기술탈취 사례로는 스타트업이 개발 중인 상품의 핵심과 기술력을 빼간 뒤 유사 상품을 만드는 등의 행위가 있다. 이외에도 △공모전이나 협력 제안과정에서 아이디어 도용 △지원사업 입찰 과정에서 사업계획서와 기술자료 유출 △투자사(거래처)·임직원의 기술 유출 △해킹 및 M&A(인수합병)를 통한 탈취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커지는 피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타트업은 규모적인 부분에서 인력 및 자금이 대기업 대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안별로 기술 탈취의 행태와 양상, 쟁점 등이 복잡하고 복합적이라는 점에서도 대응이 쉽지 않다.
이유로는 기술탈취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 78.6%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행정기관에 신고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는 응답은 28.1%에 그쳤다.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 역시 21.9%로 저조했다.
이들은 피해 복구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정부의 기술탈취 피해 사실 입증 지원(70.6%)과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23.5%)를 꼽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는 기술탈취로 인한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정부의 대응책 미흡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스타트업 기술탈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술탈취가 스타트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도둑 기업’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스타트업 기술유출은 피해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가 매우 낮다. 지난 2018년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을 통해 아이디어 탈취행위를 부정경쟁 행위로 규정했지만 특허청과 지자체의 조사·시정 권고 외에는 별다른 처벌 규정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탈취행위로 인정돼 시정 권고가 내려진 건수는 채 10건도 되지 않는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기술 탈취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단호한 처벌을 약속했다. 이에 중기부도 지난해 2월 시행된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기술 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5배까지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스타트업에 기술탈취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부디 스타트업에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내건 약속들이 반드시 이행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