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위기에 '은둔' 김범수 경영 복귀...이복현號 금감원 '핀셋검증' 계속

2023-11-06 17:15
6일 새벽 계열사 대표 모여 공동체 회의
경영쇄신위원장에 김범수 창업주 선임
카카오모빌 수수료 개편…준법경영 강조
이복현 "이제야 개편 의문…핀셋 검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아주경제DB]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그룹 위기 상황을 맞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하지만 카카오를 겨냥한 금융감독원의 칼끝이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어, 향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뱅크 관련 경영 행보에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6일 새벽 김범수 센터장을 필두로 20여 명의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2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김범수 센터장이 직접 맡고, 주요 공동체 대표가 참여한다. 경영쇄신위원회는 현재 카카오가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회의에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함께했다.

이날 회의에서 카카오는 1차 공동체 경영회의에서 논의한 '준법과 신뢰위원회' 설치·운영과 함께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수수료 이슈 등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았다. 카카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 활동에는 카카오 주요 관계자도 참여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계열사 준법감시와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는 집행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수수료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 단체들과 준비 중인 긴급 간담회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주요 택시단체와 일정을 조율 중으로, 이 자리에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카카오 계열사 대표들에게 "지금까지 각 공동체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위해 권한을 존중해 왔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발로 뛰며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카카오는 이제 전 국민 플랫폼이자 국민 기업이기에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며 "사회가 카카오에 요구하는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10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카카오는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주식 시세조종과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으로 정부 조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겨냥한 금감원 자본시장특사경 조사 이후 카카오 경영진은 현 상황을 최고 비상경영 단계로 인식했다. 김 센터장이 주요 대기업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금감원 소환조사를 받았고,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되면서 그룹 내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이어 홍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추가로 소환돼 조사받았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수수료 문제,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 카카오게임즈 내부 직원의 미공개 정보 유출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가맹택시 이중계약으로 매출을 부풀린 의혹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금감원 감리를 받고 있다.

이에 카카오는 그룹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 창업주이자 오너인 김 센터장 주재로 비상경영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 계열사 대표와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부문별 총괄이 모여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위기를 돌파할 구체적 방법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달 30일 열린 첫 비상경영회의에선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를 만들기로 하고, 이달 3일엔 초대 위원장으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앞으로는 김 위원장 주도로 외부 위원회가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세밀하게 점검한다.

이런 행보 때문에 업계에선 김 센터장이 카카오 문제 해결을 위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대표들의 자율경영을 강조하던 김 센터장은 지난해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같은 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로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을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은둔형 경영자'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하지만 김 센터장의 자구책에도 이복현 금감원장은 카카오 비위 관련 수사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불태우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열린 국내 9개 회계법인 대표와 간담회에서 "카카오는 현재 불공정 거래 관련 제재 이슈가, 카카오모빌리티는 회계 감리 관련 이슈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체 등에서 받는 정보 이용료(수수료)를 매출에 비례해 산정한 건 이해한다면서도 "왜 이제 와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카카오모빌리티 증권신고서 등 관련 서류들을 잘 살펴볼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