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서머스 '사제' 공방…韓 중립금리 "저성장 속 하락" vs "만성 흑자로 상승"
2023-11-06 17:14
'사제지간' 인연…6일 한국은행·세계은행(WB) 서울포럼 기념 1시간여 대담
"중앙은행, 중동사태·미중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 관련 최악 상황 준비 필요"
"중앙은행, 중동사태·미중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 관련 최악 상황 준비 필요"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하버드대 교수가 6일 '옛 제자'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의 화상대담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현안과 중동 전쟁, 중국 경기 둔화 등 변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우리나라 중립금리 수준을 놓고는 두 사람 간 뚜렷한 시각차가 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서머스 교수는 이날 한국은행·세계은행(WB) 서울포럼에서 한국의 중립금리 수정과 최적 모델에 대한 이 총재의 질의에 "한국도 글로벌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면서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력 증가 둔화는 중요하지만 한국이 만성적인 무역흑자 국가라면 중기적으로 중립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앞서 이 총재가 "저성장 압력 속에 한국 중립금리는 하향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반론이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지난달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당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은 전형적인 케이스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원화가치와 중립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저출산·고령화가 내수 수요를 줄여 무역흑자가 지속되면 중립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서머스 교수의 해석이다.
서머스 교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마지막인 12월에 금리 동결을 택하더라도 내년에는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그는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고 경제는 견조하다"면서 "연준이 12월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 번의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관련해서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비가 필요하다"며 "중동 확전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갈등, 미·중 관계 등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요 이슈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