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韓, 총선 앞두고 공매도 금지…선진지수 편입 어려워져"

2023-11-06 14:17
당국 "무차입 공매도로 시장 교란"
공매도 한국 증시서 비중 매우 작아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11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8개월간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6일부터 시작된 공매도 금지로 이날 코스피가 5.7%나 급등하면서, 2020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7% 넘게 급등하는 등 한국 증시가 아시아 증시 상승세를 견인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전 종목에 대한 신규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공매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매우 부정적인 상황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번 조치가 나왔다”며 “일부 여당 의원들은 공매도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정부에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공매도는 대부분 기관투자자가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이차전지주와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주 등 테마주 급등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한국 증시는 지정학적 긴장과 고금리 우려로 최근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셀링)로 시장이 교란됐다고 지적했다. 무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빌리지 않고도 매도부터 하는 기법을 일컫는다. 금융당국은 시장 교란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개인투자자를 위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한 개선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가 없는 상황에서 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공매도는 1조7000억 달러(약 2210조원) 규모의 한국 주식시장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는 코스피 시가 총액의 약 0.6%, 코스닥의 1.6%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장의 투명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편입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달마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개리 두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는 선진시장 지위를 달성하는 데 확실히 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즉각적인 금지령이 내려지면 공매도 비중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초반에 주가 급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체 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이 작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스마트카르마 홀딩스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프레이타스는 "공매도 금지 조치는 한국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편입될 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공매도가 더 이상 터무니없는 가치 평가에 대한 제동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시장군에 거품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