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동남아 카지노 성장 날개…국내 카지노 규제 완화·인식개선 필요한 이유
2023-11-09 00:00
싱가포르·필리핀 국가 전략산업 육성…일본, 2030년 오사카 복합리조트 개장
일본 리조트 개장땐 내국인 이탈자 760만명…국부 유출 2조5840억원 달할듯
도박장 이미지 벗고 복합리조트 개념 인식시켜야…관광진흥법 개정 등 필수
일본 리조트 개장땐 내국인 이탈자 760만명…국부 유출 2조5840억원 달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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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지노업이 급성장 중인 동남아 카지노 시장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이하 협회)가 국내 카지노 산업 생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협회는 8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세계 주요 국가 카지노 산업 정책 방향과 국내 카지노 시장 경쟁력 확보 방안' 연구용역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날개를 다는 동남아 지역 카지노 산업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카지노업 현주소를 짚었다.
이 자리에서는 "카지노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동남아시아 국가, 그리고 일본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선 영업장 내 게임 종류를 다양화하고 관광진흥 개정, 행정처분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협회는 "동남아시아 각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카지노 산업을 육성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카지노 산업 육성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고 제도적 개선 의지가 부족해 관련 산업 발전 속도가 더디다"며 "국내 카지노 시장이 동남아 지역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욱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장은 "카지노 산업을 중점 육성하는 동남아 각국, 법 제정을 통해 카지노 영업을 준비 중인 일본 등 주변국 움직임은 우리 카지노업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경쟁요소가 될 것"이라며 "주변국 카지노업 정책 방향을 살펴보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훨훨' 나는 동남아·일본 카지노 시장
최근 카지노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 추세다. 특히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카지노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등 관련 산업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매출 규모도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동남아 국가의 카지노 총 매출액은 우리나라보다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카지노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에도 3조원에 못 미쳤지만 싱가포르와 필리핀은 평균 5조원을 웃도는 총 매출을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2019년 5조716억원을 기록했던 카지노 매출이 2020년 2조1066억원으로 줄었지만 2021년 2조2874억원으로 소폭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3조8957억원을 기록하는 등 눈에 띄게 회복했다.
필리핀은 2019년 6조66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2조3366억원으로 줄었고, 2021년 2조6746억원으로 소폭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 2022년에는 거의 회복한 5조691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전 2조9306억원이었던 카지노 매출이 2020년 1조413억원, 2021년 1조1800억원, 지난해에는 1조938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마카오는 2019년 카지노 총 매출이 49조9747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10조3282억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 2021년 14조8431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다시 7조2108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최근 135억 달러(약 17조67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추진하는 등 국가가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거는 만큼 상황은 조만간 확연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카지노 기업 MGM 리조트는 2014년 일본 진출을 공식화한 후 여러 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독으로 오사카 복합리조트 조성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이후 2021년 9월 오사카시는 MGM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으며, 올해 4월 일본 정부(카지노관리위원회)가 카지노를 포함한 오사카 복합리조트 설립을 공식적으로 인가했다.
이에 따라 2030년이면 오사카 유메시마섬 약 49.2만㎡(약 15만평) 부지에 11조원 규모 오사카 복합리조트가 문을 연다. 복합리조트는 2500개 객실을 갖춘 호텔 3개와 국제회의장, 전시장, 공연장, 오픈 카지노 등으로 구성된다. 일본은 복합리조트 개장 후 연간 방문객 2000만명을 달성하고 연 매출 5200억엔(약 4조5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카지노 시장 '적신호'···지금이라도 경쟁력 갖춰야
반면 국내 카지노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동남아 지역 카지노 시장이 성장하고 2030년 오사카 복합리조트까지 개장하게 되면 현재 주 고객층인 일본·중국 고객 이탈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사카 복합리조트 개장 후에는 현재 강원랜드를 찾는 내국인 발걸음이 오사카 카지노로 향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당한 국부 유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협회가 조사한 결과 일본 복합리조트 개장 시 예상되는 내국인 이탈자 수는 연간 약 7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른 누출액은 연간 약 2조58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협회 관계자는 "카지노업체가 최소 인근 아시아 국가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규제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한 진흥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국내 카지노 시장에 확연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카지노 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된 이날 세미나에는 정부·민간·학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필리핀 등 급성장하는 동남아 카지노 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2030년 개관 예정인 일본 복합리조트가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교수는 "일본 복합리조트까지 개장하면 우리나라 카지노 산업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며 "국내 카지노 시장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전폭적인 카지노 산업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영업종류 개정 △관광진흥법상 카지노 영업장 범위 ‘복합리조트 내’로 확대 △행정처분 기준 완화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관광진흥법 개정 등 제도 개선 '시급'
이 교수 발표 후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이 교수를 비롯해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 한진수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 최지환 파라다이스 커뮤니케이션실 상무, 이광훈 강원랜드 카지노정책실장, 이수원 문화체육관광부 융합관광산업과장이 나섰으며 좌장은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가 맡았다.
최지환 상무는 "역량 있는 인력 확충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우리가 갖고 있는 시설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상무는 이어 "시장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선 공급을 늘려 매출을 증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업계, 학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제도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광훈 실장은 "강원랜드는 고객 재방문율이 떨어진다. 공기가 혼탁하고 사업장이 혼잡해 입장객이 '강원랜드는 도박장'이라는 인식을 갖기 때문"이라며 "공간을 확대해 '복합리조트' 개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광훈 연구원은 "실제 카지노 산업은 범위가 넓고 연관관계 또한 상당히 복잡하다"며 "넓은 측면에서 바라보고 스스로 인식 개선을 해야 한다. 낙관하지 않되 비관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카지노 산업이 확장하기 위해선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며 제도 정비 필요성도 피력했다.
한진수 교수는 "카지노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각국 움직임이 심상찮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슈퍼마켓에서 대형마트로 가려는 상황인데 여러 제약이 발목을 잡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카지노 산업은 공급이 아닌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한국 카지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선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카지노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주변 공간을 확장하고 상품을 확장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수원 과장은 "카지노 정책에 관해 고민이 많다. 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균형적 관점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지노업계에서 요청한 규제 개선 방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카지노 산업을 건전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많이 고민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