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오를래, 담을래? 북한산 단풍을 즐기는 방법

2023-11-10 00:00
"북한산은 올라야 제맛" 탐방객들 북적
등산화·짐보관 '쉼터'에 가면 걱정없어
초보자는 백운대보다 영봉서 인생사진
"가을을 눈에 담는다"…리조트가 제격
파라스파라 서울 객실서도 인수봉 조망

출퇴근길이 제법 서늘하다.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뜨겁게 내리쬐던 볕은 저만치 물러가고 옷깃을 파고드는 칼바람이 시작되기 전에 막바지로 향해 달려가는 가을 정취를 잡으러 집을 나선다. 유유자적 걸으며 화려한 단풍을 담을 수 있는 곳, 북한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파라스파라 서울 객실에서 바라본 북한산. 단풍으로 뒤덮인 북한산이 가을의 멋을 뽐내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우이동, 강북 명소로 

고층 빌딩보다는 하늘에 닿을 듯한 산등성이가 더 익숙한 고장, 우이동(서울 강북)을 감싸 안은 북한산은 지금 단풍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탐방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다. 등산복을 입은 이들의 다수가 젊은 층이다. 과거 계곡과 토속 음식점이 즐비했던 오래된 유원지 이미지가 물씬 풍겼던 우이동을 생각하면 퍽 생경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우이동 토박이인 지인이 귀띔한다. "몇 년 새 우이천 계곡을 따라 고급 리조트와 야영장, 카페 등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우이동이 강북 명소로 변신했지."

그렇다면 북한산의 가을, 그중에서도 단풍을 즐기는 방법도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을 터다. 가을 단풍을 어떻게 만끽하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없다. 그저 취향에 맞게 즐기면 된다.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 [사진=서울관광재단]

◆산행 전 들르는 북한산 방앗간 

나도 나름 MZ세대에 속한다. 지금부터 젊은이들처럼 북한산 가을 단풍을 만끽해 보련다. 

그중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 '산행'이다. 오랜만에 등산을 해보겠다고 옷도 신발도, 그리고 등산용 지팡이까지 새로 샀으니 북한산 중턱이라도 밟아 봐야 하지 않겠는가. 흡사 산악인 같은 모습으로 북한산 초입에 발을 내디딘다.

산에 오르기 전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를 찾는다.

지난해 9월 서울관광재단이 북한산 초입에 공식 개관한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는 등산 관광 안내부터 등산 물품 대여, 짐 보관 서비스 등을 운영 중이다. 샤워실·탈의실을 비롯해 쉼터도 갖추고 있다.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등산장비를 갖추기 부담스러운 외국인 등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다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된 등산 정보 책자를 제공하고 등산화와 등산용 지팡이 등 등산용품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덕이다. 

실제로 센터는 외국인 이용자 대상 만족도 조사에서도 95.2%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센터 직원들에게 북한산에 특별한 전망 명소가 있는지 묻는다. 등산관광센터 직원들이 얘기해준 북한산 전망 명소는 두 곳, 바로 '백운대'와 '영봉'이다.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서울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솔깃해하는 표정을 읽은 직원이 백운대 등반도 거뜬히 할 수 있다고 꾀기까지 한다. 
 
영봉에 오른 등산객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산 영봉 코스는 등산 초보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백운대보다 쉽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가을 단풍 감상은 올라야 제맛

백운대는 북한산 정통 등산 코스로 불린다. 출발 지점인 탐방지원센터부터 정상 백운대까지 거리는 2㎞에 불과해 1시간 30분이면 백운대에 닿는다. 

다만 출발 지점부터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평지 구간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등산화나 트레킹화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상부 바위능선 구간은 등산 초보자에겐 퍽 부담스러운 코스다. 

북한산 등반을 위해 구입한 장비들이 무색해지는 결정이지만 그래도 '오르는 데' 의의를 두고 영봉까지만 오르기로 마음먹는다. 

영봉 코스가 북한산 등반에서 매력 만점인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백운대와 달리 등산 초보자여도 쉽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에 익숙하지 않아도 멋진 옷을 입고 인수봉을 배경으로 '전문 산악인' 느낌으로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오르는 내내 마음이 간지럽다. 해사한 가을 햇살 한 줌이 형형색색 북한산을 물들인 단풍을 비춘다. 여기에 상쾌한 가을바람까지 불어드니 북한산 나들이가 더욱 즐거워진다. 이 모든 풍광이 추억이 되어 가슴속에 담긴다. 
 
파라스파라 서울 객실에서는 북한산을 오르지 않고도 가을 단풍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프라나 오너스 회원 전용 객실 편백탕에서 바라본 북한산. [사진=기수정 기자]

◆산은 오르는 게 아니라 보는 거야 

영봉에서 인수봉을 마주한 그때,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려온다. "최근 북한산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며, 오죽하면 주의보가 발령됐을까." 영봉까지 오르며 흘린 땀이 삽시간에 식는다.

'아직 가을 산의 속살을 채 다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멧돼지라니.' 인수봉을 배경으로 사진까지 멋지게 찍었으니 후퇴하기로 한다. 짐을 챙겨 부랴부랴 내려온다.

절정을 맞은 가을 단풍을 뒤로한 채 집으로 가기 아쉬운 마음이다. 마침 숙소 예약을 해놨으니 이곳에서 하루 쉬었다 가련다.

파라스파라 서울은 산행을 꺼리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리조트 옥상마다 '야외 정원'이 조성된 덕분이다. 옥상에 올라 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인수봉과 마주한다. 암봉 아래 화려하게 물든 단풍이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린다. "산의 절경은 아래에서 보는 것"이라고 주장하던 내 신념에 딱 들어맞는 곳이다.

물론 파라스파라 서울 옥상정원 중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곳은 회원만 누릴 수 있다고 한다. 파라스파라 서울 회원인 '프라나 오너스' 가입자만 즐길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인피니티 풀)에서는 북한산과 도봉산의 여러 봉우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인수봉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은 114동 6층 야외 정원이다. 이곳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인수봉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객실에서도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리조트 입구에 떡하니 서 있고, 객실 뒤로는 수줍게 물든 가을 산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북한산 가을을 눈에 담는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몸이 노곤해지는 이 시간, 마음이 괜스레 달뜬다. 
 
청자 가마터 체험장을 찾은 한 여행객이 도자기 빚기 체험을 즐기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단풍놀이 후에는 이런 체험 

북한산 가을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이 밖에도 무궁무진하다. 북한산 자락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속속 생겨난 덕에 북한산까지 오르지 않아도 단풍을 만끽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북한산과 우이천이 만나는 지점에 조성된 우이동 가족캠핑장(야영장)도 있다. 이곳은 매달 예약 전쟁을 치러야 할 정도로 입소문이 나 있다. 

북한산 주변에는 도선사, 4.19민주묘지와 순례길, 엄홍길 휴먼재단, 가마터 등 단풍을 만끽한 후 둘러볼 만한 곳도 즐비하다. 

특히 고려시대 말에서 조선시대 초기에 왕실 공상용 청자를 제작했다는 가마터에서는 도자기 빚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강북구청은 이곳의 역사적·문화재적 보존 가치를 알리기 위해 올해 6월 청자 가마터 체험장을 개장해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파라스파라 서울에 묵는 투숙객이라면 다음 날 퇴실 전까지 '나만의 도자기 만들기' 프로그램을 신청한 후 참여할 수 있다. 프라나 오너스 회원은 무료다. 

모처럼 다녀온 북한산 나들이가 공허한 마음에 온기를 채웠다. 산길에 닿는 걸음마다 마음이 들떴고 발끝마다 부서지는 낙엽만큼 추억이 쌓였다. 무던히도 곁에 맴돌던 지난날 시름은 그렇게 가을바람에 실려 홀연히 떠났다. 
 
파라스파라 서울 객실에서는 북한산에 오르지 않고도 가을 단풍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프라나 오너스 회원 전용 객실 편백탕에서 바라본 북한산. [사진=기수정 기자]

 
600년 된 은행나무를 파라스파라 입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